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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적 손실 감수하고 미래 선택한 마크롱의 연금개혁 리더십

입력 : 
2023-03-20 17: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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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민의 70%가 반대하는데도 근로자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내용의 연금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연금개혁 법안의 하원 통과가 불투명하자 의회 동의 없이 정부 단독 입법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 49조 3항까지 발동했다. 이에 파리·마르세유 등 주요 도시에서는 수만 명이 반대 시위에 나섰고 마크롱 대통령 사진을 불태우는 화형식을 연출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연금개혁에 나선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결단으로 평가할 수 있다. 프랑스는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연금 고갈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고령화로 연금 받을 사람은 늘어나는데 연금 내는 기여자는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다. 한때 연금 수혜자 1명당 연금 기여자가 4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1.7명으로 급감했다. 이대로 가면 2040년에는 1.5명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 연금 재정은 올해 적자로 돌아서고 2050년엔 439억유로로 적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2019년에도 연금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좌절됐다. 지난해 재선에 성공하자 그는 다시 연금개혁에 나섰다. 지금 개혁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금 고갈로 발생하는 부담을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연금개혁의 시급성은 우리도 프랑스와 다를 바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여론의 역풍이 예상됐는데도 강제징용 해법을 내놨다. 연금개혁도 정치적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미래를 위해서는 연금개혁을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야당도 연금개혁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정치적 손실을 감수하고 미래를 선택한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개혁 리더십은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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