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자산운용, 206억4239만원으로 적자 규모 최대
직원 내보내고 폐업하는 회사도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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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투자자들에게 맞아 죽든지, 아니면 굶어 죽든지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너무 힘드네요.” - A자산운용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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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에 따른 증시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의 실적도 연일 악화하고 있다. 지난 3분기(9월 말) 결산 결과 자산운용사, 투자자문회사의 절반 이상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3분기까지 많게는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회사도 나왔다.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겨울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486개 운용‧자문사 중 267개사가 3분기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의 55%에 달하는 규모다. 절반 이상이 적자 장사를 한 셈이다.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곳은 3분기까지 206억4239만원의 손실을 기록한 VIP자산운용이다. 3분기까지 2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곳은 전체 운용‧자문사 중 VIP자산운용이 유일하다. VIP자산운용은 지난 2003년 김민국, 최준철 대표가 설립한 운용사로 최근까지 사모펀드를 운용해왔지만 지난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공모펀드 운용사 인가를 받아 공모 펀드 시장에도 진출했다.
인공지능(AI) 일임 투자 서비스 핀트(fint)를 운영하는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도 손실이 많은 곳이다. 3분기까지 153억5248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회장의 아들 특혜 의혹에 휩싸였던 BNK자산운용도 3분기까지 97억6206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BNK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4월 김 전 회장 아들이 근무하던 회사의 대출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펀드를 만들었고, 이 펀드에 연체가 발생하자 BNK캐피탈이 우회 대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티지자산운용(-62억737만원), 에이알에이코리아자산운용(-58억6778만원), 피데스자산운용(-36억4755만원), 블래쉬자산운용(-34억3860만원), 메리츠자산운용(-32억505만원) 등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투자자문사 중에는 제이에이치투자자문의 손실이 가장 컸다. 이 회사는 3분기까지 14억9024만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구도투자자문주식회사(-13억821만원), 웰스가이드(-10억9048만원), 골든트리 투자자문(-10억5311만원) 등도 올해 들어 3분기까지 1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운용사의 경우 펀드 수탁고와 운용보수가 줄고 자문사들도 자문‧성과 수수료가 감소하고 있어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회복되기 전에 망하거나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회사들이 계속 늘어나는 분위기”라며 “올겨울 여의도 투자업계가 너무 추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석진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부문 대표는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이 영향을 받지 않는 금융투자회사들이 거의 없는 것 같다”라면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내년 1분기를 지나면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고 시장 참가자들의 전반적인 의견도 내년 상반기 이후로는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