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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청소년범죄] 상. 흉포화되는 비행
사회 브레이크 없는 청소년범죄

[브레이크 없는 청소년범죄] 상. 흉포화되는 비행

사라진 죄의식… 1년 내 재범률 90%

최근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여러 사건사고의 가해자로 청소년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사회적으로 청소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교육부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을 만 10~14세가 아닌 만 10~13세로 하향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강력한 처벌 강화와 함께 예방 활동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본보는 효과적인 청소년 범죄 근절 및 대응방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국내 범죄청소년의 수는 감소하고 있으나 폭력ㆍ흉악범죄 비율과 재범률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범죄청소년 10명 중 9명은 처벌받은 후 1년 이내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국내 범죄청소년(만 10~19세 기준)의 수는 지난 2008년 12만6천213명에서 2017년 7만2천759명으로 약 10년간 42.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청소년 인구가 1천49만4천여명에서 893만8천여명으로 14.82%가량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비율은 확실한 감소세를 보인 셈이다.

그러나 청소년 범죄의 양상은 점차 흉포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를 보면 청소년 범죄 유형 가운데 폭력범죄(공갈ㆍ폭행ㆍ상해 등) 비율이 지난 2013년 24.1%에서 2017년 28.9%로 증가했다. 흉악범죄(살인ㆍ강도ㆍ방화ㆍ성폭력 등) 비율 역시 같은 기간 3.0%에서 4.8%까지 늘었다.

최근에도 이 같은 흉포화된 청소년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의 일환인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ㆍ관리한 공범으로, 지난 16일 신상정보가 공개된 ‘부따’ 강훈(18)이 미성년자로 확인됐다. 또 차량을 훔친 뒤 무면허 운전에 나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 새내기를 치어 사망케 한 8명의 일당 역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었다.

또 범죄청소년의 보호관찰기간 1년 이내 재범률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청소년 범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5년 83.3% 수준이었던 범죄청소년 1년 이내 재범률은 2016년 88.6%를 넘어 2017년에는 90.4%까지 늘었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 10명 중 9명이 처벌을 받고 나서 단기간 내 또다시 범죄를 행하는 것이다. 이는 같은 해 성인범죄자 1년 내 재범률 67.3%보다 23%가량 높은 수치다.

이같이 범죄청소년의 단기간 재범률이 높은 이유는 ‘사회적 낙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청소년의 경우 아직 정서적으로 완벽하게 발달하지 못한 탓에 비행을 저지른 후 처벌을 받게 되자, 주변으로부터 사회에서 낙오된 범죄자로 낙인이 찍혔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자포자기하는 사례가 많아서다.

이처럼 청소년 범죄가 흉포화되고 재범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강력한 청소년 범죄 대응방안 및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관계자는 “최근 청소년 범죄는 줄어들고 있으나 폭력ㆍ흉악범죄 비율 등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인 탓에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청소년 범죄의 발생 원인과 극복 과정을 구체적으로 연구해 대응방안 마련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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