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 ·IRA 개정안 통과 불확실 탓
”내년 2월까지 주가 부진” 전망
국내 대형 배터리주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세계 전기차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도 오르면서 4분기 실적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 배터리 3사 주가는 최근 1주일(12월 5~12일) 동안 평균 8.9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2.52%)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최근 미국 테네시주에 최대 규모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한 LG화학도 11.6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배터리 관련주도 고꾸라졌다. 국내 양극재 생산 1위 기업인 에코프로와 테슬라의 2차전지 소재 협력사인 엘앤에프는 각각 15.52%, 11.09% 급락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천보도 각각 7.73%, 5.49%의 하락했다.
올해 배터리 업체 주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도 전 세계 전기차 전환 흐름 속에서 고공 행진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4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겹치면서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는 지난주 테슬라가 중국 상하이 공장의 생산량을 최대 20% 감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어 지난 8일엔 테슬라 상하이 공장 직원들의 하루 교대 근무 시간이 2시간 줄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지난 3분기 사상 최고 수준의 재고(2만2000대)를 기록했던 테슬라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신차 구매 고객에게 6000위안(약 113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판매되고 있는 유럽에서 전력요금이 오르는 상황도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바사ETT(VaasaETT)에 따르면 지난 10월 유럽연합과 영국의 가계 전력비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67% 이상 증가했다. 전기차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자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시행 시기를 늦추는 개정안 통과가 올해 안에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역시 국내 배터리 업체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4분기 실적을 확인할 수 있는 내년 2월 중순까지 배터리 업종 주가가 전반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4분기에는 메탈·리튬 등 원자잿값 하락으로 판가 하락이 예상되는 데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 비중이 큰 국내 배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