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쟁 탓 수입 사료 값도 폭등
우유 수요 줄어도 값 못내리는 구조
빵-커피 값 자극 ‘밀크플레이션’ 우려
우유 가격도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각국 구매력이 같다는 걸 전제로 한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환산한 국내 시중 우유 1L의 소매가격은 현재 2.839달러다. 미국(1.173달러)보다 2.4배 비싼데, 원유값이 다시 오른 만큼 우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우유는 빵, 커피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식품들의 원재료가 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클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기 고양시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박모 씨는 “우유 가격이 더 오르면 비용 충당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유 생산비에서 사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향후 가격 인상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유 생산비 중 사료 가격 비율은 2000년 48.2%에서 2021년 54.9%로 6.7%포인트 올랐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낙농가들의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낙농가 수는 4600곳으로 전년 대비 133곳(4.0%) 감소했다.
원유 가격 연동제에 따른 고질적인 가격 왜곡도 밀크플레이션을 부추긴다. 원유 가격 연동제는 원유 생산비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제도다. 축사 유지비, 인건비, 사료비 등 매년 물가 상승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매년 원유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우유 수요가 줄어도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점이다. 현 제도상 우유 제조사는 원유 가격 연동제를 통해 결정된 가격으로 일정 물량의 원유를 의무 매입해야 한다. 저출산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우유 수요는 줄었지만 판매량과 가격이 보장된 낙농가는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국내 우유 가격은 원유 가격 연동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37.3% 올랐다.
정부는 생산비 지원을 통해 가격 안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수입 원유를 많이 쓰는 특성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사료 자금 융자 지원과 사료 수입 할당관세 적용 등을 통해 생산비를 낮춰 원유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