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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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근접하면서 '초비상'이다. 마땅한 상승 동력이 없는 국내 증시는 기로에 서게 됐다.

■ 기로에 선 한국 증시

16일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 추가 조정과 산업생산 등 실물경계지표 경계심리, 1400원 진입을 앞둔 원달러 환율 부담 등으로 약세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책 결정을 앞둔 미국 중앙은행(Fed) 입장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금리인상(100bp 이상)을 통해 시장에 쇼크를 주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큰 폭으로 꺾어 놓을지 아니면 경제 상황을 고려해 온건한 수준의 금리인상(75bp 혹은 그 이하)을 할지 고민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특정 주가 움직임에 반응하기 보다는 관망으로 대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오늘 국내 증시는 약세 부담이 있지만 환율 레벨을 고려했을 때 달러화 기준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수의 하방 경직성은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빠르게 물가 둔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과 그로인해 미국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모르겠다는 불확실성도 같이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FOMC가 지나야 금리 목표치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이후 시장도 반등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역외 위안화 환율이 달러 당 7위안을 넘어서고 NDF 원달러 환율도 한때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외환시장의 변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며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는 금리 정책에 대한 우려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에 대한 부담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외국인 수급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398.31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4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0.7%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美 국채금리↑증시↓유가 ↓

미국 증시는 국채금리가 오른 영향 등으로 하락했다. 15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173.27포인트(0.56%) 하락한 3만0961.82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4.66포인트(1.13%) 밀린 3901.35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67.32포인트(1.43%) 떨어진 1만1552.36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투자심리가 매우 약해진 모습으로 침체가 와도 당장 부양책을 쓸 수 없다는 부담감이 장중 내내 매물을 출회시켰다"며 "여기에 금리상승에 따른 기술주들의 급락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미국의 소비는 견조한 수준을 유지했다. 8월 소매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전월보다 0.3% 증가한 6833억 달러로 집계됐다.

Fed가 다음 주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에 국채금리가 강세를 보였다. 1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4%를 넘어섰다. 2년물 금리인 3.8%를 웃돌면서 둘 간의 스프레드는 더욱 확대됐다. 10년물 국채금리는 3.4%까지 올라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는 40bp가량으로 확대됐다.

유가는 강달러 흐름이 지속되면서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38달러(3.82%) 하락한 배럴당 85.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9월 8일 이후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 美 레이 달리오의 경고 "금리 4.5% 찍으면 주가 20%↓"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뉴욕증시의 추가 급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마켓워치에 따르면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인 달리오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금리가 4.5% 정도로 오르면 주가에 20%가량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달리오는 지난 13일 시장의 예상치 이상으로 급등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후 올린 글에서 "금리가 4.5%에서 6% 범위를 향해 많이 올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민간 부문의 신용 성장을 낮추고 따라서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외국인투자 심사 강화하는 美+달러당 7위안 2년만에 첫 돌파

미국이 외국인의 자국 기업 인수를 승인할 때 해당 거래가 국가 안보와 첨단기술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더 면밀히 검토하기로 하면서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에 미칠 영향이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급망 및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해 외국인 투자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철저히 감독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외국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때 핵심 공급망, 첨단기술, 투자 동향, 사이버보안, 미국인의 개인 정보 보호 등 5가지 요인을 고려하라는 지침을 담았다.

이번 행정명령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한국을 비롯해 미국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업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국기업이 첨단기술 분야 대미 투자를 확대하면서 CFIUS 심사를 받는 경우도 잦아지는 편이다.

한편 달러 초강세로 중국 위안화의 상징적인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7위안 선이 무너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중국 위안화가 달러당 7.0022위안에 거래돼 2020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7위안 선을 넘었다. 더욱 엄격하게 통제되는 중국 본토 시장에서는 달러당 6.99위안으로 '1달러=7위안'의 턱밑까지 위안화 환율이 올라왔다.

■ 8월 한국 수입물가지수 ↓+ 국내 기업 재고 증가율 26년 만에 최고

지난달 국제 유가 하락과 함께 우리나라 수입 제품의 전반적 가격 수준(원화 환산 기준)도 두 달 연속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8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수준 100)는 149.45로 7월(150.78)보다 0.9% 하락했다. 7월(-2.6%)에 이어 두 달째 내림세지만, 작년 8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22.9%나 높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기업의 재고가 대외 변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닌 본격적 경기침체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내용이 담긴 '기업 활동으로 본 최근 경기 상황 평가'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산업활동동향의 제조업 재고지수 증가율은 작년 동기 대비 18.0%로 나타났다. 분기별 수치로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2분기(22.0%)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

대한상의는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의 악화로 인해 수출증가율이 둔화되고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등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는 데다 고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이 급감할 경우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반기 정책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