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달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고 정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올 상반기 40조원에 육박하는 세수 결손을 메우려면 유류세를 다시 올려야 한다. 다만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국내 기름값이 껑충 뛰면서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일 “유류세 인하 조치와 관련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달 중순쯤 연장 혹은 종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국제유가가 치솟자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를 20% 낮췄다. 이후 지난해 5월 인하폭을 30%로 확대하고, 같은 해 7월부턴 인하폭을 37%까지 늘렸다. 올해 초 휘발유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자 휘발유 유류세 인하율만 25%로 축소한 정부는 지난 4월 물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를 8월 31일까지 한번 더 연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기재부 내부에선 유류세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1~6월)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9조7000억원 줄었다. 만약 유류세 인하 조치가 종료되면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ℓ당 205원, 212원 가량 오르게 된다.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금(교통·에너지·환경세) 감소분은 지난해에만 5조500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한동안 안정세였던 기름값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산유국들이 가격 관리 차원에서 자발적 감산 조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5월 배럴당 60달러 선이었던 서부텍사스원유(WTI)(9월물 기준) 가격은 6주 연속 오르며 최근 80달러 선을 돌파했다. 국내 기름값도 뛰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510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이 150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5월 10일(1500.5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휘발유 판매가도 1686원으로 17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최근 4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차례의 연장 때도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시기가 가까워지면 안정됐던 기름값이 상승곡선을 그렸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기름값이 오르면 서민층의 부담이 크게 가중된다.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총지출에서 에너지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다. 유류세 인하 조치 폐지가 새로운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크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