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주말 장외 집회에 참석한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0일 정상회담을 “망국적 야합”이라며 “국민께서 행동으로 심판하실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촛불집회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마저 나왔다. 민주당은 조공 외교, 일본의 하수인, 굴욕 외교, 용산 총독의 알현과 같은 거친 표현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와 민주당 내부 갈등을 정부의 대일 외교 비판으로 상쇄하겠다는 의도마저 느껴진다. 야당이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정부 투쟁을 부추기거나 ‘자위대 진주’와 같은 선동적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곤란하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대응도 수긍하기 어렵다. 김기현 대표는 “민주당은 헛소리를 내지르고 있다”며 “민주당이야말로 망국의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이 대표를 향해 “조폭 하수인”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미래세대를 위한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여당이 나서 야당을 설득하는 게 정치 상식이다. 때로는 미흡한 정부 정책을 바로잡는 것도 여당의 책무다. 지금 국민의힘은 국민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야당 비판과 대통령 옹호에만 몰두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언론은 끊임없이 위안부 합의 이행,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독도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 문제가 논의됐는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독도 문제나 위안부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재확인했다. 정상 간 대화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만으로는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 문제는 신뢰다. 윤석열정부는 반대 세력을 설득하려는 노력에 인색하다. 명확한 상황을 설명하거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 없이 “논의하지 않았다”고만 말하니 ‘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일 관계 개선 및 협력에 관해 각 부처는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부처 지시에 앞서 반대 여론 설득부터 나서야 하는 게 대통령의 임무다. 한·일 관계는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정치권이 친일과 반일로 갈라져 싸워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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