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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산은 없다" 멀리보는 삼성, 반도체 치킨게임 승자 노린다

오찬종 기자
입력 : 
2022-10-27 19:37:01
수정 : 
2022-10-27 23: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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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발표

매출 76조 영업이익 10.8조원
반도체 영업익 반토막 났는데
4분기에만 18조 투자 드라이브
과거 출혈경쟁전략 다시쓸수도
◆ 삼성 이재용 시대 ◆
◆ 삼성 이재용 시대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례 없는 침체로 혹독한 '반도체 겨울'이 찾아온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감산은 없다"고 선언했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이 최근 잇달아 감산과 투자 축소를 발표한 것과 반대되는 행보다. 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새로운 반도체 '치킨게임'이 펼쳐지면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27일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76조7817억원, 영업이익은 10조852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작년 3분기보다 3.79% 증가해 역대 3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1.39% 급감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19년 4분기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특히 삼성전자 실적을 이끄는 반도체(DS) 부문이 타격을 받은 게 부진을 보인 주요 원인이었다. 반도체 부문은 3분기 매출 23조200억원,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10조600억원에 비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세계 최초로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성공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은 역대 최고 실적을 냈지만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약세를 나타냈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타격을 받은 것은 세계 경기 침체로 D램·낸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반도체 기업들은 잇달아 투자 축소와 감산을 발표하고 있다. 이달 초 마이크론과 일본 낸드플래시 기업 키옥시아가 감산을 선언한 데 이어 SK하이닉스도 지난 26일 감산과 함께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날 수요 침체에도 불구하고 내년에 감산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투자 또한 올해보다 더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이 확대되고 D램 신모델 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D램 중심으로 하반기에 시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인 수요 침체에 위축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하겠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시설투자도 대폭 확대한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시설투자가 54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투자액 48조2000억원보다 12% 많은 수준이다. 특히 올해 연간 투자비의 38.9%인 21조원이 4분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21조원 중 반도체에 18조6000억원이 투입된다. 평택 3·4기 공장 인프라스트럭처와 극자외선(EUV) 장비 도입 등 첨단기술 중심 투자가 대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삼성의 드라이브를 시작으로 '반도체 치킨게임'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제품 공급은 줄이지 않고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전략이다. 지난 3분기 반도체 시장에서는 이미 출혈경쟁이 본격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일명 '스페셜 딜'을 통해 고객사에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했고 이에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유로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에서는 여느 산업보다 자주 치킨게임이 일어났다. 2007년 대만 D램 업체들은 극단적인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섰고 여기에 세계 금융위기까지 겹쳐 주력 제품인 DDR2 D램 가격이 급락했다. 2년여 동안 지속된 반도체 업체 출혈경쟁으로 2006년 7달러였던 D램 가격은 2009년 0.5달러가 됐다. 90% 이상 가격이 폭락한 것이다. 당시 치킨게임으로 세계 2위 D램 생산업체였던 독일 키몬다가 2009년 파산했다. 2012년에는 일본 엘피다가 쓰러졌다.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크고 원가 경쟁력이 높은 삼성전자가 출혈경쟁을 시작하면 하위 사업자에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실적발표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선방했으나 가전제품 실적은 아쉬움을 남겼다. 모바일·네트워크 부문은 폴더블 등 플래그십과 웨어러블 제품 판매 호조로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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