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조직과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일을 잘하고 싶어하며 혁신을 갈구한다. 혁신 과정에서 조직문화, 업무 방식, 사고 방식의 변화는 우리의 일관된 주제이다.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은 스웨덴 국세청이 오랜 노력 끝에 두려워하는 세금징수 기관에서 사랑받는 서비스 기관으로 탈바꿈 하는 개혁의 과정을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세청은 국민들이 싫어할 수밖에 없는 기관이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납세자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다. 스웨덴 국세청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과 30년전만 해도 세무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아서 자신의 직업을 주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스웨덴 국세청은 자신들의 특권을 버리고 스웨덴 정부기관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으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세무조사를 한 후 오히려 공무원에 대한 신뢰가 올라가고 기업인들이 세무공무원을 좋아한다고 한다.
이 책은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손꼽히는 스웨덴에서도 가장 바뀌기 어려울 것 같은 국세청이라는 국가기관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혁신을 이루었는지 변화의 과정을 경험과 관점에 기초해 풀어낸 이야기이다. 이 책은 조직문화의 변화, 고객에 대한 친절한 응대의 중요성, 그리고 높은 수준의 신뢰에 대해 서술하며 국가기관의 가장 중대하고 막강한 자산은 바로 ‘신뢰’라고 확신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스웨덴 최고 권력기관이 어떻게 신뢰를 올리게 되었는지에 주목한다.
스웨덴 국세청이 어떻게 혁신을 실현했고 또 어떻게 구현했는지, 혁신을 통해 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전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했던 두 명의 저자는 자신들이 실제로 겪었던 체험과 사례를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로 풀어냄으로써 누구나 흥미롭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스웨덴 국세청의 성공스토리를 통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더 나은 조직의 발전과 혁신을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조언과 영감을 주리라 확신한다.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에서 사랑받는 기관으로
스웨덴 정부기관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기관이 국세청이다. 2011년에 337개 정부기관중 가장 현대적인 기관 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에는 기업을 포함한 모든 공공?민간단체 중에서도 7위를 기록했다. 2012년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3%가 국세청을 신뢰한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2006년 이래로 15% 증가된 수치이다.
하지만 개혁 이전까지만 해도 스웨덴 국세청은 세금추징 실적을 우선시하는 ‘공포’의 세금 강제집행기관에 지나지 않았다. 납세자의 실수를 찾아내 세수를 늘리는 실적 경쟁이 핵심 미션이었다. 가장 많은 돈을 추징한 세무조사 공무원이 속한 부서의 부서장은 포상으로 부서원들에게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저자 역시 세무조사 부서에 근무를 했었다. 그러나 세무조사 업무를 하면서 그 실질적 목적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저자는 강제집행 전략, 서비스, 조직, 기획, 신뢰와 태도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국세청 발전 전략’에 착수하게 되었다. 스웨덴의 개혁은 누가 시켜서 시작한 것이 아닌 이 사회에 기여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내부적인 개혁에서 시작됐다. 스웨덴 국세청은 정부권력이 소속 기관을 운영하면서 필요한 개혁을 강압적으로 단행하기 전에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통찰력이 변화에 매우 긍정적 동력이 되어 주었다
납세자를 ‘고객’으로…관점의 변화를 통해 얻은 것
스웨덴 국세청은 납세자에 대한 관점과 역할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납세자를 대상으로, 목적으로, 사용자로, 고객으로 보는지 아니면 민원인으로 보는지, 즉 어떤 접근법을 선택하느냐가 국세청과 납세자간의 힘의 균형이라는 측면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객’ 개념은 국세청만이 아니라 스웨덴 내외 그리고 공공영역에서 언제나 논의를 불러왔다. 국세청 내에서도 ‘고객’ 개념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다. “그 사람이 고객이라면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단순 판매자인가?” 고객이라는 단어가 공무원으로서 자신들을 너무 가볍게 여기도록 만드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납세자’에서 ‘고객’으로 단어를 변경한다고 해서 공공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공공성에 대한 ‘나 자신’의 관점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게 하였다. 고객은 자신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기를 바라고, 고객이 비록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한다 해도 만족감을 느끼기를 바라는 대상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은 우리의 행동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신뢰’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부터 출발한다!
“모든 인간은 존중 받고 싶어합니다. 사람은 잘 대하면 신뢰가 쌓입니다. 신뢰는 자발적으로 협력하고자 하는 마음과 의지를 촉진합니다”
사람들이 스웨덴 국세청에 대한 호감이 증가했다고 말할 때 항상 언급되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세금신고 절차가 더 간단해졌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와 비교해 고객, 즉 납세자에 대한 공무원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스웨덴 국세청과 함께 일하는 것이 부담이 없고, 공무원들도 유쾌하며, 시민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이처럼 스웨덴 국세청 조직문화 변화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을 하나 꼽는다면 ‘고객응대 태도의 변화’이다.
스웨덴 국세청은 광범위한 인터뷰조사를 통해 공무원이 납세자를 대하는 태도에 3가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거만하고 질책하는 우월적인 타입(A), 공식적이고 규칙에 얽매이는 납세자를 인격체라기 보다는 세금 사안으로 보는 타입(B), 도움을 주고 공감을 잘 하고 미래 지향적이며 협력하는 특징을 가진 개방적이고 공감하는 타입(C)이다. 태도 C만이 신뢰를 증가시키고 태도 A, B는 신뢰를 낮춘다. 스웨덴 국세청의 개혁은 A, B태도를 C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고객응대 태도는 급여 산정 항목에도 반영되었다. 그만큼 세무공무원이 납세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태도 항목이 해당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이런 측정 방법은 고객응대가 일상 업무에서 핵심적 일부분으로 자리잡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조직이 고객응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단순히 고객에게 립서비스를 하는 차원이 아님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이기도 하다.
스웨덴 국세청공무원 철학과 가치를 나타내는 핵심 문구
“순수하게 돕는 일체의 행위는 내가 도와주려는 사람 앞에서 겸손함을 보일 때 시작되며, 그리하여 돕는다는 것은 지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하고자 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마음이 없다면 그 누구도 도울 수 없다”
“공공기관이 사람들을 존중과 존엄성 있는 태도로 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야 하며 정부기관의 강령에 명시되어야 합니다. 공공의 권력은 모두에게 가치 있는 평등에 대한 존중과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에 대한 존중의 태도로 행사되어야 한다. 한 개인의 개인적?경제적?문화적 복지는 공공활동의 근본 목적이 될 것이다”
“국세청은 개인에게 엄청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기관입니다. 그러므로 국세청은 업무 처리를 하고 사람을 대할 때 겸손한 태도로 임해야 합니다. 단순히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 개인이 때로 국세청 권력 앞에서 무기력한 감정을 느끼며 그들도 납세자로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모든 개인이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존중하며 대한다는 것은 당신이 그 사람의 모든 것에 동의하거나 그 사람의 모든 행위에 찬성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존중은 공감이고,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이며, 그 사람을 한 개인으로서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의사소통과 고객응대 능력이 그 기술을 익히는 것이라고 믿어선 안 됩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람을 제대로 대하는 기술은 근본적으로 각자가 인류에 대해 품는 감정과 관련됩니다”
“어떻게 보면 국민 한 사람은 고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원칙적으로 정부 대표입니다. 왜냐하면 공공권력 행사는 법치주의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 국세청 이용자는 한 명의 소비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즉 참여자인 동시에 공동 창시자가 됩니다”
“‘우리는 단지 법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공무원으로서의 책임감과 자발적으로 공정하게 분담하려는 태도를 지속시키는 책임감이 훨씬 커야 합니다”
“신뢰는 정부기관의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국민이 신뢰를 보내면 정부가 행하는 조치와 활동은 더 큰 영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으로 할 때 신뢰가 쌓입니다”
“신뢰와 정의는 함께 가야 합니다. 정부기관에 신뢰를 갖고 있다면 자연히 공정하게 대우받는다고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공정하게 대하면 신뢰가 생깁니다”
“뒤늦게 실수를 바로잡는 것보다 애초 올바르게 이끄는 것이 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