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까지 이어져야…간접 취득 제도 개편도”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은 오히려 잠재 매도 물량(오버행)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 취득 이후 소각으로 이어질 때 온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자기주식 취득은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시행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자사주 매입 소식은 증시에서 호재로 인식되지만 정작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주가가 하락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집계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8일까지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상장사는 61곳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 가운데 17곳(26%)은 공시 이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가장 크게 하락한 종목은 콜마비앤에이치로 공시 이후 전날까지 17.87% 하락했다. 이외에 신한지주(-11.91%), KT(-11.05%), 휴젤(-9.19%), 셀트리온(-9.13%), 하나금융지주(-9.09%) 등도 내렸다.
장기적으로 갈수록 주가 부양 효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자사주 취득 공시를 한 514개 기업 중 3개월 뒤 주가가 오히려 하락한 기업은 절반이 넘는 283개로 집계됐다.
이렇게 자사주 취득이 주가 상승 효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이유는 실제 주주 환원 효과가 미미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의 경우 기업이 기존 주주들에게 현금을 주고 주식을 매입한 것이므로 자사주 취득을 배당과 마찬가지로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로 이해할 수도 있다”면서도 “국내에선 지배구조 측면에서 이러한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경영권 분쟁 이슈로 뜨거운 에스엠은 지난달 27일 공시를 통해 635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에스엠 측에서는 향후 3년간 이수만 전 대주주에게 사후정산 됐을 프로듀싱 인세 추정금액(635억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서는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는 등 경영권 사수가 숨겨진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선 자사주 취득 이후 소각까지 이어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발표가 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자사주 매입 이후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주들이 명확하게 알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진다면 주가의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을 통한 자사주 간접 취득에 대한 제도 개편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간접 취득은 제도적으로 직접 취득에 비해 유연한 측면이 있어 투자자 관점에서 실제 취득 시점이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직접취득과 규제 강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간접취득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과 투자자 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신탁 연장을 제한하고 연장 공시를 강화하며 신탁 내 처분을 직접 처분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