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이유 없다"…우량주 다 떠나는 코스닥, 텅 빈 곳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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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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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총 상위 10종목 중 5곳 코스피로
주도주 없고 테마주만…업계 "코스닥 잔류 유인책 만들어야"
코스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과 3위 HLB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연초 포스코DX, 엘앤에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은 4, 5번째 이전상장이다. 시총 상위 종목의 대거 이탈이 이어지자 업계에선 코스닥 잔류 유인책을 모색하되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시총 1위 에코프로비엠과 3위인 HLB가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준비 중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달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전상장 안건을 논의하고 HLB는 코스닥에 상장 폐지 신청서를 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코스닥 시총 상위 10 종목 중 다섯 종목이 올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사진=조은수 기자]


두 회사의 이전상장이 마무리되면 작년 기준 코스닥 시총 상위 10위권 내에 있던 회사 중 절반이 유가증권시장으로 떠난 셈이 된다. 올초 포스코DX와 엘앤에프가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을 완료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지난 1월 셀트리온과 합병하면서 사실상 거처를 이동했다. 이는 과거 2003년 코스피 이전 상장 6건을 기록한 이래로 최다 건수다.

코스닥 시장에서 몸집이 큰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관·외국인 투자자가 유입되고 기업이미지도 제고되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될 경우 패시브 자금이 유입돼 기관과 외국인의 지분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다.

다만 핵심 기업들의 잇따른 이탈로 코스닥 시장 규모 위축이 우려된다. 현재의 코스닥 시장은 2차전지 약세로 증시를 이끄는 주도주가 사라졌고, 밸류업·인공지능(AI)·초전도체·정치 테마주가 난립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장 기업도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거래소 퇴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문제는 코스닥 상장사 중 40%가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기준이 새로 세워지면 코스닥 기업 중 절반에 달하는 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몸집이 커진 기업 입장에선 코스닥 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상장하면 패시브 자금 유입, 기업가치 제고 등의 장점이 명확한 반면 코스닥은 잔류 유인책이 전무하다.

미국의 경우 나스닥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이전상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더라도 자금 유입이 활발하고 대표 지수 편입에도 제한되지 않아 다른 시장으로 이전상장할 이유가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량 기업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들이 경쟁력을 또 키워야 선순환이 되는데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한 주가 상승도 대부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우량주들만 수혜를 보고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들은 크게 영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스피 이전 상장의 이유는 명확한 반면 코스닥 잔류 유인책은 크게 없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코스닥 잔류 기업, 시장 규모 확대를 위해선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하다고 함께 제언했다. 이전상장하는 것은 기업의 의사결정으로 맡기는 대신 잔류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그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 또한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코스닥에 잔류할지, 코스피로 이전상장할지는 기업의 자율이라 의사결정을 존중해줘야 한다. 규제를 해서 기업을 옥죄는 것보다 인센티브로 유인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닥 잔류 인센티브에 대해 "상장유지비용 절감, 공시의무 완화, 세제 인센티브 등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며 "이전부터 논의는 많이 나왔다. 이번에 밸류업 프로그램이 논의되면서 다시 화두가 되고 있어 새 유인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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