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철회·연기 속출...공모가 하향에 주가 하락
금리 인상 등 긴축 여전...증시 침체·자금 경색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는 22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예정인 바이오노트를 포함, 올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 기업 수는 70개(스팩·리츠·이전상장 제외)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91개)에 비해 21곳이나 줄어드는 것으로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해 증시가 큰 타격을 받았던 지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뜨거운 열기를 보였던 IPO 시장은 한 해 내내 전반적인 하락 장세가 지속되면서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위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흥행에 성공하며 시가총액 100조원 기업으로 주목받았을 때만 해도 장밋빛 전망이 그려졌지만 그 끝은 달랐다. 올해 공모 금액이 1000억원이 넘는 대형 IPO는 바이오노트를 포함, 6개에 불과해 지난해(21개)의 30% 수준에도 못 미친다.
증시 침체로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올해 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일정을 철회하거나 연기했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 철회를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현대오일뱅크·SK쉴더스·원스토어·바이오인프라·자람테크놀로지 등이 줄줄이 계획을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 2012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도전에 나섰다가 철회했고 지난 10월에 이어 12월에 두 번째 도전에 나섰던 자람테크놀로지는 저조한 수요예측 결과를 받아들고 후속 절차를 포기했다.
또 골프존커머스·CJ올리브영·태림페이퍼·케이뱅크·라이온하트스튜디오·밀리의 서재, 제이오 등은 상장 계획을 뒤로 미뤘다.
이같은 분위기는 통상 IPO 성수기인 12월에도 이어져 이달 바이오노트 외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지난 6일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 4분기 기준 IPO 기업들 중 공모가 밴드 하단 미만 기업의 비중은 50.0%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마지막 상장 기업인 바이오노트는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자 공모가를 희망범위(1만8000~2만2000원) 최하단에서도 절반을 깎은 9000원으로 결정했다.
또 상장 이후 주가도 지지부진하면서 지난해 한때 유행어처럼 쓰였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두 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로 마감)도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공모가조차 하회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 공모가(30만원)는 상회했지만 따상에는 실패하는 등 올해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한 기업은 케이옥션·유일로보틱스·포바이포 등 3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등 따상 기업이 14곳(15.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20% 남짓한 수준이다.
수산인더스트리와 쏘카 등의 사례처럼 상장 첫 날 공모가도 하회한 기업들도 많았다. 두 기업의 공모가는 각각 3만5000원과 2만8000원으로 첫 날 종가는 3만2500원과 2만6300원이었다.
현재 주가(지난 16일 기준 종가)는 이보다 더 하락한 2만2650원과 2만750원으로 공모가 대비 각각 35.3%와 25.9% 하락한 수준이다.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던 케이옥션과 포바이포도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며 투자자들의 시름을 키웠다.
이제 증권가의 시선은 내년을 향하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 않다. 올해 IPO 시장이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긴축 기조 강화 속에서 자금 경색이 심화되면서 부진했는데 이같은 양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증시 회복이 관건이지만 앞으로도 금리 인상 등 긴축 기조 지속으로 한동안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흥행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다시 나오기는 힘든 환경이다.
이에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올해 상장 계획을 철회하며 자취를 감춘 대어급 기업들보다는 중소형 기업들 중심으로 IPO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마저도 상장을 하려는 기업들이 눈높이를 상당히 낮추지 않고서는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중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탓에 IPO 시장의 자금 조달 기능은 현저히 저하됐다”며 “시황이 언제 회복될지 기약이 없고 올해 상장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기관투자자들도 많아 IPO 시장 침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