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증권업계가 증시 하락장에 이어 레고랜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라는 악재를 만났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구조조정, 매각설 등 흉흉한 소문까지 돌면서 그 어느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흑자로 기초체력을 충분히 다져온 증권사들이 최근 불거진 위기를 충분히 극복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자본적정성 지표인 NCR(순자본비율) 관리와 현금 확보를 위한 단기차입금 확대 등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생존 돌파구도 모색 중이다.
①레고랜드발 자금 경색으로 증권사 '직격탄'… 정부 유동성 추가 지원
②'금융시장 변동성에 부동산PF 리스크까지'… 증권사 NCR 관리 고군분투
③자금난에 골머리… 증권사 유동성 확보 총력전
부동산 시장 활황을 타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이득을 봤던 증권사들이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부실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국채로 여겨지던 지방정부채권(지방채)과 증권사 등 금융사 발행 채권 신뢰가 떨어지면서 회사채와 기업어음 시장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 대형 증권사들은 자금남을 겪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을 위해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등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PF 사업 확장하던 증권사, 레고랜드 사태로 직격탄 부동산 PF란 시행사가 착공·분양·준공 등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때 사업권을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자금을 조달해주는 것을 말한다. 금융회사는 채무보증이나 직접 대출을 통해 보증 수수료와 이자를 얻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에 부동산 시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초 강원도가 채무 보증을 약속한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 관련 ABCP가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는 매출채권, 부동산, 회사채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기업어음이다.
레고랜드 ABCP는 강원도가 채무보증을 서면서 'A1' 등급을 받은 안정적인 채권이었다. 채무 불이행(디폴트)이 발생한 레고랜드 PF ABCP를 보유한 국내 증권사는 10곳, 자산운용사는 1곳으로 파악됐다.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PF시장은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경색은 전체 유동화증권 시장은 물론 회사채, 기업어음(CP) 시장으로 번졌다.증권사들은 PF 유동화증권 보증을 줄이면서 PF 유동화증권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PF 유동화증권 잔액은 47조2395억원이다. 레고랜드 ABCP가 디폴트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 9월30일(50조7051억원) 대비 3조원 넘게 감소했다. 만기가 도래한 물량에 대해 차환이 아닌 현금상환으로 대응하는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시장금리가 급하게 오르면서 PF ABCP 조달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8월 이후 금리 전망 경로가 불확실해졌고 강원중도개발공사 PF ABCP 이슈가 터지면서 유동성 프리미엄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정부, 50조원+α 지원… 증권사들은 제 2의 채안펀드 준비 금융당국은 강원도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 여파로 자금난 우려가 커지자 50조원+α(알파) 유동성 지원 조치를 발표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가동하기로 했다. 지난주부터 CP를 매입하기 시작했으며 지난 1일에는 5대 금융지주회장 간담회를 통해 95조원 규모의 자금지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채안펀드는 지난주 약 800억원 가량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매입했고 지난 3일 신한캐피탈의 3년물 여전채 300억원, 4일 KB캐피탈의 3년물 여전채 400억원을 사들였다.
금융당국은 단기자금시장의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을 위해 2조8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금융감독원·한국은행·금융협회·정책금융기관 등과 함께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지난달 23일 시장안정대책 발표 이후 회사채·단기자금시장의 심각한 경색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회사채 시장에 비해 단기자금시장의 어려움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며 "정부와 금융권이 협력해 채권시장의 조속한 안정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보다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단기자금시장의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PF-ABCP·CP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건설사 보증 PF-ABCP의 경우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CP 매입 프로그램(A2 대상)을 활용해 '1조원+α' 규모로 지원한다. 산은이 별도 매입기구(SPC)를 설립해 건설사 보증 PF-ABCP를 매입하고 신보는 매입금액의 80%를 보증하는 방식이다.
증권사 보증 PF-ABCP는 대형 증권사들이 조성하는 제2 채안펀드의 규모를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9개사가 각 500억원씩 4500억원 규모로 출자하는 것을 포함해 PF-ABCP 매각 증권사 후순위 25%(4500억원), 종투사 중순위 25%(4500억원), 산은 선순위 25%(4500억원), 증권금융 선순위 25%(4500억원) 총 1조8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산업은행의 증권사 발행 CP 매입프로그램의 경우 심사기간을 기존 10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대폭 단축하는 등 실제 매입속도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필요시 산은 등을 통한 기존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준비할 예정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경제 전반적인 신용축소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측면보다는 추가적으로 시장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이벤트를 선제적 식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날 마련한 CP시장 추가 지원방안이 기존 시장안정대책의 효과성을 제고하고 단기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신속하게 후속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