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 옥석가리기" 커지는 목소리…K-뉴딜 등 前 정책수혜주 어땠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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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13. 오전 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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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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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제 펀드' 관련 정책수혜주 대부분 반짝 인기…단기 급등락
증권가 "ROE 개선·배당 꾸준한 업종 위주로 슬림화될 것"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참석자들과 토론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국내 증시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들이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K-뉴딜, 필승코리아 펀드 등 정책 수혜주의 전례를 고려해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하겠다"는 정부에…금융·자동차·유통株 단기 급등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앞서 지난달 24일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독려·지원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운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장사의 이사회가 스스로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비율(ROE) 등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이유를 분석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적극 설명·소통하는 것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금융위는 "국내 기업은 수익성, 자산가치 등이 유사한 외국기업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향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고 자본시장이 국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는 금융, 유통, 자동차 등 저PBR 업종 등이 대표적 '정책 수혜주'로 꼽히며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 업종의 PBR은 8일 기준 0.49배 수준이며, 자동차 업종의 PBR도 0.71배로 자산대비 주가가 낮은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관련 종목군이 담긴 'KRX 자동차 지수'는 지난달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19.48% 올랐다. 이외에도 △KRX 은행 16.44% △KRX 보험 27.58% △KRX 증권 15.14% 등도 단기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3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K뉴딜위원회 분과별 발표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20.11.16/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K-뉴딜·통일펀드·녹색펀드…"정책 수혜주 대부분 관심 반짝으로 끝나"

이같은 정책 수혜주 열풍은 '관제 펀드'와 함께 매 정권마다 반복된 바 있다. 앞서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K-뉴딜'이 있었다. 박근혜 정부 때는 '통일 펀드', 이명박 정부 때도 '녹색 펀드'가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펀드나 관련 수혜주 대부분은 '반짝 인기' 이후 시들해졌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례로 2020년 7월 그린뉴딜 발표 이후 테마주들은 단기 급등락을 피하지 못했다. 일례로 당시 한화솔루션(009830)은 7월 2만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그린뉴딜 테마주로 묶이며 단기간에 주가가 3배 이상으로 뛰었다.

그러나 결국 에너지·조선·화학 등 단순 정책 수혜주로 단기간에 주가가 오른 종목 대부분은 결국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정책 수혜주 대부분이 정책 수혜가 있을 때 잠깐 관심을 받다 사라졌다"며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구체적 방안이 나온 것도 아닌 상황으로, 저PBR 열풍도 길어야 총선 전까지로 본다"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33.38포인트(1.30%) 오른 2609.58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은 전날 대비 4.89포인트(0.61%) 오른 811.92, 원·달러 환율은 0.20원 오른 1,327.8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24.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수년간 가치주 패대기치더니…저PBR株를 초전도체 테마주처럼 매수" 지적도

증권가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른 '저PBR' 종목 열풍에 대해서도 옥석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PBR은 2년 평균을 회복했는데 자동차는 3년 평균수준에 근접했고 은행, 증권은 3년 평균을 넘어섰다"며 "1차 밸류에이션 정상화는 어느정도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다음 스텝에서는 주주가치 제고에 기업 정책을 집중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기대되거나 배당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익 창출능력이 유효한 업종과 종목으로 슬림화될 전망"이라며 "단기 과열, 급등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매물소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지금까지 투자자들은 수년간 가치주를 패대기치더니, 이번에는 저PBR 주식을 마치 초전도체 테마주처럼 매수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저PBR 종목에 투자하더라도 실제 정책 개선의 수혜를 받아 주주환원이 확대되고 지배구조 개선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여지가 있는지, 개선될 여지가 없는데 단지 밸류에이션 숫자가 낮아서 올랐을 뿐인지 판단하고 투자해야 할 수준까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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