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의 교육 칼럼] 봉사자의 가면을 쓰고서

허구적 자선과 약자를 위한 교육

 

사회에서 말하는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누군가 타인의 인간성을 평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그 평가의 척도에는 필수적으로 봉사 정신 또는 배려심과 같이 타인에 대한 사랑, 즉 ‘봉사’에 관련한 항목이 있을 것이다. 더불어 사는 현대 사회가 도래하고 공동체의 유대, 복지와 사회적인 약자의 인간다운 생활이 강조되며 세계 어느 국가에서나 봉사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봉사와 자선이 무엇인지는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누군가는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지지를 보내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자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이는 TV에 방영되는 구호 광고를 보고 직접 금전으로 후원하는 것이 자선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봉사는 반드시 경제적으로 불우한 약자에게만 행해지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을 것이며 봉사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고 볼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듯 개인마다 모두 경험과 인식이 상이하기 때문에 진정한 봉사가 정확히 무엇이라고는 정의하기 까다롭고 어렵다.

 

하지만, 무엇이 ‘가짜 봉사’인지 정의를 내린 사람은 한 명 존재한다. 바로 20세기의 교육사상가 파울루 프레이리(1921~1997)이다. 프레이리는 타인을 억압하는 억압자와 억압을 받는 피억압자의 관계, 그리고 피억압자를 위한 교육에 대하여 탐구한 인물이다. 그는 저서 ‘페다고지’에서 피억압자를 이용하는 억압자의 행위에 관해 서술했고, 이는 다음과 같다. 억압자는 피억압자에게 사랑과 관용, 봉사를 베푸는데, 이 행위가 피억압자의 약함을 이용해 자신의 관용을 과시하기 위해 실행되었다면 이것은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은 ‘허구적 자선’이라는 것이다.1

 

이러한 허구적 자선은 결과만 놓고 보면 사회적 약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이 관계가 어디까지나 억압자가 피억압자의 빈곤과 좌절을 거름으로 삼아 이어가는 건강하지 못한 관계이기 때문에 결국은 약자에게 해가 될 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론은 수많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로 하여금 봉사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 같다. 어쩌면 프레이리가 주장한 허구적 자선의 사례는 그가 살던 때보다 현대에 더 자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프레이리는 피억압자들을 진정으로 돕기 위해서 교육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았다.2 교육을 통해 세상을 변혁하고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연대해야 한다고 말이다. 또한, 여기에서의 교육은 단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약자의 탐구가 주를 이루는 탐구형 교육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어째서 조건이 그저 ‘교육’이 아닌 ‘탐구 중심 교육’ 일까 궁금증이 생겼고,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만약 약자를 돕고자 일방적으로 지식을 투입하고 교육자의 생각만 주장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약자의 정체성을 억압하는 또 다른 허구적 관용이며 폭력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의 요점은 피억압자들이 직접 생각하고 결론짓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 과정에 익숙해지도록 직접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로 진정으로 사랑을 담은 교육이자 봉사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러한 교육이 실현될 때, 피억압자들과 약자들은 해방을 맞고 허구적인 자선도 배제될 것이다.

 

필자가 현재 품고 있는 목표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즐겁게 국어를 공부하게 하는 교육자, 궁극적으로는 교육적 약자를 돕는 봉사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프레이리의 허구적 자선 이론을 접했을 때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봉사를 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울 뿐 그 동기의 원천에 대해서는 깊이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약자들, 더 나아가서 학생들에게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독이 될 수 있는지도 다시금 되새기게 되는 계기였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필자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면, 잠깐이라도 좋으니 고민해 본다면 좋겠다. 본인이 지닌 봉사 정신은 진정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를 말이다.

 

참고 및 인용자료 출처

참고 1: 파울루 프레이리 [페다고지] (그린비), 74p

참고 2: 파울루 프레이리 [페다고지] (그린비), 1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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