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코로나?… 겨울철 커져가는 ‘트윈데믹’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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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동시감염 피하려면

위드코로나 전환 후 확진자수 급증
2020년 잠잠했던 독감 유행 우려도

증상 차이 없는 코로나·독감·감기
중증 위험 큰 코로나 최우선 검사를

셋다 ‘접촉 침투’… 개인방역 요주의
백신 동시접종… 폐렴구균 예방도 필요


#두 돌 아이를 둔 김 모씨는 얼마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주말 저녁 아이가 갑자기 고열이 난 것이다. 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일 수 있으니 선별 검사부터 받으라”고 권했다. 다음날 결과를 받아들 때까지 아이는 밤새 울면서 구토하듯이 기침을 했고, 김씨의 마음도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김씨는 “올해 독감 예방접종을 못 했는데, 독감인지 코로나19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진료를 못 받아 당황했다”며 “기침이나 열이 나면 또다시 이 과정을 반복하며 불안에 떨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올해 유행성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위드 코로나’로 코로나19뿐 아니라 지난해 잠깐 잠잠했던 독감 유행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아들 사이에서 ‘여름 감기’로 불리는 파라인플루엔자가 유행한 것 역시 올해 독감 유행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기침, 콧물, 열… 선별 검사부터? 병원부터?

기침과 열,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흔히 감기부터 생각한다. 200여 종류 이상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감기는 상기도 감염이라 기침, 콧물 등의 가벼운 증상을 주로 보인다. 바이러스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 번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면역이 완전하게 생기지는 않아 성인이 돼서도 매년 몇 차례씩 감기를 앓을 수 있다.

반면 독감, 세균성 폐렴, 코로나19는 모두 하기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고열 등의 심한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독감을 ‘독한 감기’의 약자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독감과 감기는 다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전염병이다.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겨울에 기승을 부리며, 감기에 비해 증상이 아주 심하고 전염성이 강해 며칠 만에 급속도로 퍼진다. 한 번 유행하면 인구의 10~20%가 감염되고,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40%에 달하기도 한다.

이를 코로나19와 구별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일부에서 “고열과 기침의 순서에 따라 감기와 코로나19 구별이 가능하다”, “미각, 후각 상실이 있어야 코로나19다”라는 말들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한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허진원 교수는 “코로나19, 독감, 감기 증상 발현 순서에는 우선순위가 없다. (코로나19도) 사람과 중증도에 따라 기침, 발열로 시작될 수도 있고 호흡곤란, 호흡부전 등의 심한 증상이 첫 증상일 수도 있다”며 “코로나19의 경우 후각, 미각이 둔해지는 특이한 증상이 있지만, 이러한 증상이 모든 코로나19 환자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닌 만큼 이걸로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독감 백신 동시접종 가능해

유사한 증상이라 구별이 어려운 만큼 증상 발생 시 코로나19 검사를 먼저 받는 것이 좋다.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정지원 교수는 “코로나19는 치료제가 없고 중증 발생 위험이 더 높다”며 “(고열, 기침 등 증상이 있을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먼저 시행하고 이후 병원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권했다.

감기와 독감, 코로나19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감염경로. 공기 중 바이러스가 접총 등을 통해 눈, 코, 입 등으로 침투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 철저한 개인 방역이 이뤄지면서 독감이 급속히 줄었던 것도 이런 이유다. 감염경로가 같은 만큼 독감과 코로나19 동시 감염도 가능하다. 이 경우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정지원 교수는 “(최근 유행한) 파라인플루엔자는 접촉을 통한 감염을 한다.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전파도 잘 될 수 있다는 환경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발표된 해외 논문에서는 일반 감기 바이러스의 전염력이 1.2∼2.7이라면 현재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경우 5∼8 정도로, 전염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왔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기에 더욱 철저한 개인 방역과 코로나19, 독감, 폐렴구균 등 적극적인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독감 예방접종을 권하는 데에는 독감뿐 아니라 폐렴이나 뇌염 등의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감 예방접종은 매해 유행하는 독감이 다르고, 백신 효과도 6개월 정도 유지되기 때문에 매년 받아야 한다. 접종 후 항체 형성까지 14일이 걸리는 만큼 11월 말까지 받는 게 좋다.

코로나19 백신도, 독감 백신도 안 맞은 사람이라면 동시접종도 가능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 등 다른 예방접종을 접종 부위만 다르다면 함께 맞아도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폐렴구균 예방접종도 받는 것이 좋다. 허 교수는 “세균성 폐렴을 일으키는 세균은 다양하고, 폐렴구균이 원인인 비율은 25% 내외”라며 “폐렴구균 예방접종이 직접적으로 코로나19를 막는 건 아니지만, 코로나19 환자에서 이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폐렴구균 폐렴이나 폐렴구균 감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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