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하고 지금 물가를 잡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을 기다리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시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안정세를 보인 유가도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노동시장도 여전히 Fed가 금리를 더 올려도 된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보자면 노동시장이 강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면모를 보이는 게 맞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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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와 미국 중간선거를 중심으로 이번주 글로벌 주요 증시 일정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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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와 노동시장만 보자면 "피봇은 없다"
Fed의 양대 책무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입니다. 고용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Fed의 갈 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40년만의 최고치입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여전히 8%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에너지와 음식물을 뺀 근원 CPI는 6%대에서 끈적끈적하게 버티면서 최근엔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세계적 인플레의 바로미터가 된 우크라이나 전황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계속되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줄어 추운 겨울이 될 것이란 점은 상수가 됐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까지 다시 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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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장은 아직까지 탄탄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경기후행지표이기는 하지만 고용지표는 여전히 괜찮습니다. FOMC 이틀 뒤인 4일에 10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문가 패널이 예상한 10월 실업률은 3.6%입니다. 전달의 3.5%에서 소폭 오르는 정도입니다. 10월 비농업 신규 고용도 22만5000 명으로 전달의 26만3000명보다 약간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하는 정도입니다.
성장률은 3분기에 2.6%를 기록하며 세 분기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4분기에도 3.1%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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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 앞두고 "금리인상 멈춰" 요구 봇물

미국의 중간선거는 경합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마음 같아선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블루 스윕'을 이어가고 싶겠지만 가능성이 낮아졌습니다. 공화당은 선거 초반만 해도 '레드 스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장담했지만 호락하지 않습니다.
현재 판세로는 하원은 공화당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지만 상원은 예측 불가입니다. 최근까진 민주당의 백중우세나 50대50으로 현상유지 정도로 점쳐졌지만 현재는 그 마저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이런 피 말리는 시점에 민주당 의원들은 파월에게 경고장을 날리고 있습니다.
셰러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은 지난 25일에 파월 의장에게 "과도한 금리 인상으로 실업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우리로 치면 한국은행 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기재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한은 총재에게 금리를 올리지 말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브라운 위원장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Fed 의장의 일이긴 하지만 동시에 완전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Fed 의장의 또 다른 책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통화정책의 과잉 긴축에 따른 실업 증가는 근로자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과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 등 진보파에 이어 정파적 성향이 작은 의원들까지 파월 의장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침체 예고하는 지표에 흔들리는 Fed

그러다 소매판매는 7월에 전달 대비 -0.4%로 떨어진 뒤 다음달 0.4%로 회복했지만 지난달 0%로 줄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증시 상장사들의 올 3분기 순이익이 강달러로 인해 예상치보다 100억달러(14조3000억원) 가량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주요국 통화대비 미 달러화 가치는 17% 연초 대비 급등했습니다. 해외에서 현지 통화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미 달러화로 환산할 경우 17% 가량 쪼그라든다는 얘기입니다.
Fed는 그동안 미국 인플레에만 집중하지 다른 나라 사정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국의 기업들이 피해를 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파월, 고도의 정치적 결정 내리나
유럽은 미국보다 상황이 더 나쁩니다. 인플레이션은은 더 심하고 성장률 하락세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습니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사상 최고치를 재차 뚫고 성장률은 반토막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공산이 큽니다. 결국 유럽도 미국 못지 않게 깊은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가를 잡으려면 성장률이 떨어질 각오를 해야합니다. 그렇다고 성장률 걱정하면 살인적인 인플레를 더 키울 수 있습니다. 경착륙 가능성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은 어떤 결정을 할까요. 유럽보다 상황이 더 나으니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한다는 원칙적인 결정을 내릴까요. 아니면 인플레이션 못지 않게 고용이나 경제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할까요. 이도 저도 아니면 열린 결말로 끝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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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화당원 출신으로 민주당 정권에서 Fed 의장을 연임하고 있는 파월은 고도의 정치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본인도 Fed도 시장도 정치도 모두 덜 다치는 쪽으로 하는 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가장 안전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