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쇼크' 주범?...기관은 새해 증시 하락에 베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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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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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기관은 새해 우리 증시가 하락할 거라고 예측했고 그 투자는 적중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코스피시장에서 2조189억원어치를 팔았다.

배당락 당일(2022년 12월 28일) 8286억원어치를 던진 기관은 이튿날 5763억원에 이어 새해 첫 거래일(2일)에도 266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팔아치운 주식도 3476억원어치에 이른다. 이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200선을 맴돌고 있다.

연말연시에 기관들이 순매도한 종목은 대부분 대형주였다.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3거래일 동안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2644억원)였다. 시총 2위 LG에너지솔루션(-846억원)과 포스코홀딩스(-621억원), 삼성SDI(-608억원), KT(-444억원), 셀트리온(-435억원), LG화학(-423억원), SK하이닉스(-402억원) 등도 대거 순매도했다.

대형주를 팔고 사들인 것은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이다. 연말연시 기관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삼성KODEX 200선물인버스2X 상장지수펀드(ETF)다. 지난해 12월 28일에서 이달 2일까지 사흘간 9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상품은 이달 2일 거래대금 3215억원을 기록하며 코스피·코스닥시장을 통틀어 거래대금 1위를 차지했다.

이 ETF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일명 ‘곱버스’ 상품이다. 코스피200선물지수가 1% 떨어질 때 2%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지수가 1% 오르면 손실률은 2%가 된다. 기초지수의 보유기간 수익률이 아닌 일일 등락률의 배수·역배수를 추적하도록 설계돼 상승장에서는 2배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기관은 같은 기간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를 439억원, KODEX 인버스를 367억원 순매수하는 등 하락장에 수익을 내는 상품을 대거 사들였다.

이 같은 움직임에 국내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상품들은 최근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증권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개월 동안 코스피지수 하락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은 10.85%, 코스닥 하락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은 8.04%를 기록했다. 전체 테마 가운데 각각 3·4위에 해당한다.

증권가에서는 현재의 금리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기관과 외국인 등이 저점 매수하며 지수가 급반등할 시점이 지연될 것으로 분석한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대비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은 지난해 4·4분기 소폭 올랐다. 한국 리스크 프리미엄도 추가로 상승했다. 코스피의 일드갭(주식투자 기대 수익률과 국고채 3년물 수익률 차이)은 5.1%포인트로 평균(7.7%포인트)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채권 대비 주식의 상대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 상황에서 주식시장의 상대 매력이 낮다"면서 "통화 긴축 환경에서는 이익 추정치 개선 전까지 지수 베팅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에 대한 추가적인 레벨 다운과 수급 부담으로 인해 1·4분기 중 언더슈팅 가능성도 열어 놔야 할 것"이라며 "단기 급락에 따른 되돌림은 가능하겠지만 아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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