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신약 부활 도전하는 신라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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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21. 오전 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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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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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실패한 펙사벡
신장암 흑색종으로 임상 확대 불구 답보상태
면역항암제와 전임상 시도하면서 주의 환기

신라젠 김재경 대표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설명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 경영진 구속기소로 주식거래가 정지됐던 신라젠은 지난 10월 거래 재개 결정을 받았다./연합뉴스


신라젠이 항암 신약 후보물질 ‘펙사벡’을 신장암 등 다른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신라젠은 펙사벡을 간암 치료 신약으로 개발했으나, 지난 2019년 8월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좌절됐다.

신라젠은 펙사벡 임상이 중단된 이후 실패 원인이 ‘임상 설계’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간암이 아닌 신장암이나 흑색종과 같은 다른 질환에 적용하는 임상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임상 중단 이후 상장폐지 벼랑에 몰리면서 임상은 답보상태였다.

ASCO서 신라젠 ‘펙사벡’ 포스터 발표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연세대 의대 비뇨의학교실 함원식, 박지수 교수팀이 이달 16~18일(현지시간) 미국임상종양학회 주최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3년 비뇨생식기 암 심포지엄(GU ASCO)’ 에서 펙사벡을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하는 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장암의 85%를 차지하는 신세포암은 소변을 만드는 세포들이 모여있는 부분인 신장의 실질에서 발생한다.이번 연구에서는 신세포암이 폐까지 전이된 동물에게 펙사벡과 면역항암제를 병용 투여한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항암 효능이 면역항암제 2종을 함께 썼을 때보다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신라젠 제공

펙사벡은 암세포를 터뜨리는 기전이기 때문에,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의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를 함께 쓰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됐다. 면역항암제 2종을 함께 투여한 쥐 약 25%는 면역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펙사벡을 병용투여한 쥐는 나타나지 않았다.

면역항암제를 쓰면 면역세포가 활성화돼 암세포와 싸우게 되지만, 반대로 자가 면역 부작용을 겪는다. 환자에 따라 치료효과에 차이가 있어서, 어떤 환자는 암세포 사멸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겪기도 한다.

BMS ‘옵디보’ 처럼…부활 신호탄 기대

앞서 분당차병원에서 지난 2018년 이번과 유사한 동물실험이 있었다. 그 결과 ‘펙사벡’ 투여 흘 암세포 속에 ‘펙사벡’ 바이러스 양이 최대치로 기록했고, 나흘 후에 면역 T세포(CD8 양성 T세포)가 암세포로 몰려들었다. 이는 2020년 AACR에 발표됐다.

신라젠 관계자는 “2018년 연구에서는 면역항암제 단독, 펙사벡 단독, 병용 투약으로 나눠서 T세포 활성화 효과에 대한 임상을 했고, 면역세포의 공격이 보이지 않는 암세포(콜드튜머)를 면역세포가 공격하는 현상(핫튜머)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펙사벡 병용투여 동물실험 결과가 ‘부활의 신호탄’이 되기를 신라젠은 기대하고 있다. 신라젠은 펙사벡 임상 실패의 정확한 원인 파악에 나선 상태다. 펙사벡 임상 3상을 주도한 가산 아부알파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 교수는 펙사벡 임상 3상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신라젠은 지난 2019년 8월 개발 중이던 펙사벡의 임상3상 중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신라젠은 임상 실패가 ‘간암 치료제’에 집착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보고 다른 질환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가 개발한 면역항암제 ‘옵디보’는 간암 환자 임상에서 실패했지만, 흑색종과 신세포암, 비소세포폐암 등에 적용해 허가를 받고 치료에 쓰인다.

그러나 2020년 당시 문은상 대표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 2021년 7월 엠투엔으로 최대주주를 변경한 지 1년여 만인 지난해 10월이 되어서야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 유지 결정을 받으며 거래 재개에 성공했다.

한편 신라젠 문은상 전 대표는 ‘펙사벡’ 임상 중단 사실이 공시되기 직전 보유주식을 팔아치워 손실을 회피한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문 대표는 다만 신라젠 ‘자금 돌려막기’로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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