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중국산 LFP 공세… K배터리 입지 위협

입력:2023-08-2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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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완성차 채택·탑재 잇따라
CATL “주행거리 등 성능↑” 발표도
韓기업 3개사도 LFP 양산 서둘러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중국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저가 전기차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의 주력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와의 치열한 격전이 예고된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주행거리는 짧지만, 값이 싸다. 이걸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는 중이다.

특히 ‘저가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한국 배터리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 기업들은 LFP 배터리 양산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코발트 프리’ 배터리 등을 개발해 중국과의 정면승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아는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한 ‘더 기아 레이 EV’의 사전 계약을 지난 24일 시작했다. 배터리 용량은 35.2킬로와트시(kWh)로, 1회 충전에 233㎞ 주행(도심 기준)할 수 있다. KG모빌리티 역시 다음 달에 출시할 전기차 ‘토레스EVX’에 중국 비야디(BYD)의 LFP 배터리를 채택한다. 테슬라는 지난달에 한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 후륜구동 모델을 5699만원에 내놓았다. CATL의 LFP 배터리를 장착해 기존 모델 대비 가격을 2000만원 낮췄다.

여기에다 중국 기업들은 LFP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CATL은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10분 충전에 400㎞까지 달릴 수 있는 LFP 배터리 ‘선싱(神行·Shenxing)’을 공개했다. 완전 충전 시 최대 700㎞까지 주행할 수 있고, 영하 10도 추위에도 3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는 게 CATL 측 주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실제 성능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발표 내용대로라면 기존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라고 27일 진단했다.


LFP 배터리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6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28.7%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CATL(27.2%)로 1위와의 격차를 1.5% 포인트까지 좁혔다. 1년 전 8.4% 포인트였던 차이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공세가 거세자 한국 기업들도 LFP 배터리 양산을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지난 3월 LFP 배터리 시제품을 한국 최초로 공개한 SK온에 이어 삼성SDI도 울산에 LFP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NCM 배터리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코발트 함량을 줄인 ‘코발트 프리’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붙인다. 가격을 낮추면서 LFP 배터리보다 높은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가격, 성능별로 나뉘면서 배터리 역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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