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먹튀'에도 투자자는 '묻지마'…꺾이지 않는 '초전도체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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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8.17. 오전 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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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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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체 관련 없다" 공시에도 연이어 상한가
LK-99의 초전도체 특성을 주장한 영상 캡쳐 (사이언스 캐스트(Science Cast)의 김현탁 계정에 올라온 영상 갈무리) 2023.08.02 /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최대주주의 '먹튀 논란'에 이어 '관련 없다'는 해명 공시에도 연일 주가가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초전도체 테마주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최대주주가 지분을 전량 매각한 서남(294630)의 경우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폭탄 돌리기'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남은 지난 16일 전 거래일 대비 2410원(29.9%) 오른 1만470원에 거래를 마치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서남은 기존 최대주주가 초전도체 테마주들이 주가가 급등하는 사이 지분 전량을 장내 매각하면서 '먹튀 논란'이 제기된 기업이다.

미국 1위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한국법인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이하 어플라이드)와 특수관계인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의 벤처캐피털(VC) 조직인 어플라이드 벤처스는 소유하고 있던 서남 주식 225만주(10.09%)를 이달 초부터 지난 11일 사이 전량 매도했다.

2004년 서울대 물리학과 학·석·박사 출신인 문승현 대표가 설립한 서남은 202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투자유치에 열을 올렸다. 2016년 6월14일에는 어플라이드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서남의 지분 17.01%(20만주)를 취득하며 문 대표의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당시 주당 발행가액은 1만5000원으로, 어플라이드는 30억원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어플라이드는 2018년 액면분할을 통해 보유주식을 200만주로 늘렸다. 그렇게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25만주)을 포함해 225만주(10.09%)의 서남 주식을 가진 최대주주 자리를 7년간 지켰다. 기업공개(IPO) 당시에는 전략적 투자자(SI)인 어플라이드가 투자했다는 점, 실제 회사 경영에는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 등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기도 했다. 상장 이후에는 모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혁신 기업들을 발굴하려는 어플라이드 벤처스의 모습도 주목받았다.

그러나 최근 서남의 주가가 급등한 사이 어플라이드는 지분을 매각했다. 7월24일까지만 해도 2900원대에 머물던 서남의 주가는 7월28일 4000원대로 올라온 뒤 8월1~3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1만원대에 진입했다. 8월8일에는 장중 한때 1만5430원까지도 올랐다.

어플라이드가 서남 지분을 최종 매각한 날짜인 지난 11일 종가 기준 6200원까지 내렸지만, 이달 초부터 판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세차익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8월 중 가장 낮은 종가였던 11일에 판 것으로 계산하면 139억5000만원, 장중 최고가인 8일 팔았을 경우 347억1750만원을 현금화한 규모다.

이날까지 3거래일간 상한가를 기록한 파워로직스(047310)도 최대주주가 최근 지분을 처분했다는 공시가 나왔다. 파워로직스 최대주주인 탑엔지니어링과 특별관계자는 보유지분이 35.69%에서 35.09%로 변경됐다고 이날 공시했다.

지난 14일 특별관계자인 탑엔지니어링 자회사 에코플럭스는 보유 지분 전량인 12만6060주(0.37%)를 주당 1만6730원에, 탑엔지니어링 이사회 의장이자 창업주인 김원남씨가 보유 지분 전량인 8만4800주(0.25%)를 지난 7일 주당 9640원에 매각했다.

통상 대주주 및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할 때 투자자들은 '고점'이라고 인식해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주주와 임원들의 주식거래를 사전공시토록 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도입방안을 발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통과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또한 초전도체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이 '관련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음에도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서남은 지난 7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당사의 초전도 기술은 2세대 고온초전도선재로, 절대온도 93K(섭씨 -180도) 이하에서 초전도 특성이 발현되는 물질이며, 해당 제품을 만들고 응용하는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현재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최근 2거래일 연속 상한가로 마감한 덕성(004830)도 이날 공시를 통해 "최근 초전도 기술 등과 관련해 주가가 급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현재 당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LS전선아시아(229640)도 "초전도체 케이블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하거나 초전도체 개발 사실이 없다고 알린다"고 공시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라고 주장하는 물질 'LK-99'의 진위 여부가 확실하지 않고, 관련조차 없는 기업에 자금이 몰리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초전도저온학회 검증위원회가 조만간 LK-99의 샘플을 제작해 교차 측정에 나설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많고 확실하지 않은 데다 아예 관계가 없다고 하는 기업에도 투자자들이 쏠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투자에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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