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변압기만 만드는 제룡전기는 지난해 매출 1839억원, 영업이익 7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114%, 영업이익은 339% 늘었다.
국내 시장은 건설경기 악화 등으로 변압기 수요가 주춤하지만, 미국은 노후화된 전력망을 교체하려는 수요가 많다. 이 때문에 제룡전기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2%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2572억원으로 올해 실적은 더 개선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변압기 외에 저압부터 초고압까지 다양한 전선을 생산하는 종합 중전기(중량이 큰 전기기구) 기업 일진전기도 지난해 매출 1조2467억원을 올리며 전년보다 7%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608억원으로 93% 늘었다. 지난해 수익성이 좋은 변압기를 중심으로 중전기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중전기, 전선 모두 가동률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일진전기는 1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해 증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3억달러(약 1조7200억원)인 수주잔고 중 78%는 해외(전선 71%, 변압기 84%)에서 나왔다.
비상장 변압기 중소기업 가운데 2023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KP일렉트릭은 지난해 매출이 1001억원으로 전년(728억원)보다 37%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 1위인 산일전기는 실적 호조에 힘입어 올해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 매출은 1279억원으로 전년(648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났다.
업계에선 이런 변압기 호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본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분위기에 따라 미국 내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여기에 AI 발달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수요는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 620~1050TWh로 늘어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생성형 AI가 2027년까지 글로벌 전력 수요의 75%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