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삼성·SK와 'AI 반도체 동맹' 맺자

삼성 평택공장·서초사옥 방문
경계현 대표 등 경영진 회동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만나
자체 AI칩 생산 투자 유치 타진

최태원 SK그룹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 각 사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 각 사 제공]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서 삼성전자와 SK그룹 최고 경영진,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비밀리에 숨가쁘게 만나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얼라이언스(동맹)과 투자 유치를 논의했다.

올트먼 CEO는 전용기로 방한한 이후 첫 일정으로 지난 26일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았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대표 등 최고 경영진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함께 둘러봤다.

평택 1~3공장은 첨단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을 갖췄다.

올트먼 CEO 방한 일정은 전부 비공개 진행됐다. 다만 그는 같은 날 저녁에는 경 대표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다시 만났다.

중간에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등과 회동했다. 애초 삼성전자처럼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막판 동선이 수정됐다. 삼성과 SK가 협력 중이거나 투자한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도 일정에 맞춰 잠시 배석했다.

올트먼 CEO는 삼성, SK와 AI 반도체 얼라이언스 구축과 투자 유치를 집중 논의했다.

거대언어모델(LLM)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AI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AI 종합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와 메모리 생산능력을 동시에 갖춘 세계 유일 기업이다. 오픈AI가 삼성과 협력한다면 AI 칩 설계부터 생산, 고대역폭메모리(HBM) 조달할 수 있다.

특히 HBM 조달은 오픈AI에 가장 중요하다.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반도체에는 HBM 탑재가 필수다. 같은 이유에서 올트먼 CEO는 최 회장, 곽 사장에게도 HBM 조달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과 SK는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적층해서 데이터 처리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HBM 기술력과 점유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HBM 시장에서 양사 점유율은 90% 이상에 이른다.

양사는 HBM 투자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2.5배 확대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생산능력을 전년 대비 2배 늘린다. 상반기 내 고객사에 5세대 제품인 HBM3E를 공급할 예정이다.

올트먼 CEO는 양사에 투자 유치 가능성도 타진했다. AI 반도체 협력을 매개로 양사로부터 투자를 받아 자체 구축할 AI 반도체 공장 비용 부담을 낮추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는 이미 AI 반도체 공장을 어디에서, 어떻게 건설할 지 미국 의회 의원들과 논의했고, 세계 투자자로부터 많게는 수조 달러를 모으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