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15만명이 내야하는데…도입시점 미정에 시장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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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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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유예해야" vs 야당 "내년 시행해야" 의견 엇갈려
투자자 불편 가중…연말 주식 매도 몰리며 시장 불안 가능성도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소득에 대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전면 도입되면 15만 명에 달하는 투자자들이 세금을 내게 될 전망이다. 연간 세금 부담 역시 1조 5000억 원 늘어나지만, 이처럼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금투세 도입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투세 도입 후 과세 대상 10배로 증가…세금 부담 1.5조 원↑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 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현재 국내 주식 과세 대상인 '대주주' 인원(1만 5000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를 합치면 실제 과세 인원은 이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세금 부담 역시 현재 2조 원(2021년 연간 세수)에서 3조 5000억 원으로 1조 5000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대주주를 제외한 대다수 투자자는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지만, 금투세가 도입된 후에는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을 올리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 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 원 초과는 25%)을 매긴다.

금투세는 이와 달리 5000만 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국내 상장 주식 기준,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 원)에 무조건 부과된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과세 대상과 규모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당초 여야는 2020년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금투세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금투세 시행 유예를 놓고 의견이 다시 엇갈리면서 내년 도입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연말 시장 왜곡·국내 증시 이탈 우려" vs "금투세 유예는 부자 감세"

정부·여당은 금투세 시행을 유예해 시장 불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코스피 월간 거래대금이 작년 동월 대비 50% 가까이 급감한 상황에서 당장 내년에 금투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의 국내 시장 이탈을 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새롭게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고액 투자자들은 연말에 주식을 대거 처분하고 내년 세금을 피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작년 12월 한 달간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 400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1조 2000억 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주식 양도세를 피하려는 '큰손'들의 매도가 이어진 영향인데, 금투세가 도입되면서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 매도 규모는 물론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수 있다.

나아가 국내 고액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으로 대거 이탈할 경우 원·달러 환율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투세 과세 시점을 2025년까지 2년간 연기(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기간 대주주 기준은 현재 종목당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올려 양도세 부담도 함께 덜어주기로 했다.

그러나 야당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가 오랜 협의를 거쳐 금투세 도입을 결정한 만큼, 섣불리 시행 시점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금투세 유예는 극소수 고액 투자자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부자 감세'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국내 5대 증권사 고객의 실현 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5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투자자는 전체의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투세 시행 유예로 직접적인 세금 혜택을 보는 투자자는 대형 증권사 기준으로 상위 1%에 그친다는 것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초부자 감세를 위해 설계된 세법 개정안은 처리되기 어렵다"면서 "(금투세를)예정대로, 합의한 대로 실행하자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조경태 의원 "개미투자자 죽이는 금투세 강행, 절대 반대"

국민의힘 조경태 국회의원(부산 사하을)은 13일 입장을 내고 더불어민민주당은 1400만 명에 달하는 개미투자자들을 절망에 빠뜨리는 금투세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미 주가가 30% 이상 빠진 패닉 시장을 회복하지 못하도록 족쇄까지 채우자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금투세는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에게는 부과하지 않고, 개인 투자자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결국 우리 국민들에게만 독박으로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이어 “또한, 금투세는 약해진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상위 투자자들 뿐만 아니라 개미투자자들까지 시장을 이탈하며 주식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들조차도 금투세를 반대하고 있다. 금투세 도입은 우리 국민들을 공매도의 희생양으로 방치하는 것도 모자라서 금융시장 자체를 나락으로 던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일본이 도입했으니 우리도 (도입)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한국 시장과는 규모와 공정성 자체가 비교가 안 되는 국가와 동일시한다면 시장을 망칠 수밖에 없다. 우리와 시장 상황이 비슷한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중국, 대만 등도 금투세의 위험을 알기에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민주당은) 내년부터 강행하겠다는 금투세 부과를 부과를 철회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1400만 투자자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 매도 계획에 차질…증권사·과세 당국도 곤란

이처럼 금투세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투자자들의 불편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당초 예정된 과세 시기를 고작 한 달 반가량 앞둔 상황에서 주식 보유 여부나 매도 계획을 제대로 결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약 금투세 관련 정책 결정이 이대로 올해 연말까지 미뤄진다면 매도 시점을 놓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가 나올 수도 있다.

금투세 과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증권사나 과세 당국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증권사들은 일단 과세 시점과 상관없이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행 유예를 염두에 뒀던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일부 시스템이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세법상 적격 사모펀드 요건이나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과세 제도도 금투세 도입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는 금투세 시행 시점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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