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간 '검색엔진 인공지능(AI) 챗봇 탑재 경쟁'이 브라우저 시장으로 옮겨붙고 있다.

AI 도입에서 밀리면 존폐의 갈림길에 설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구글, MS뿐만 아니라 후발 주자들마저 적극 뛰어들고 있다. 구글이 자사의 브라우저인 구글 크롬에 AI 챗봇 '바드(Bard)'를 탑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가운데 6위 업체인 오페라가 챗GPT를 브라우저에 공식 탑재하기로 했다.

12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매체인 나인투파이브는 "구글이 브라우저인 크롬에 대화형 기능을 탑재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가까운 미래에 크롬에서도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구글은 크롬의 실험적 기능을 도입하는 '플래그'를 통해 바드를 통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인투파이브는 "매년 5~6월 열리는 구글의 개발자 대회인 '구글 I/O'를 통해 해당 사실을 공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이날 글로벌 브라우저 6위 업체인 오페라는 오픈AI의 챗GPT를 통합한 'AI 생성 콘텐츠(AIGC)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기능은 데스크톱 사용자가 화면 우측에 있는 '사이드 바'를 눌러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오페라는 브라우저 창에 '축약(shorten)' 검색 기능을 도입했다. 검색 창에 원하는 정보를 입력하고 '축약' 버튼을 누르면 챗GPT 창이 팝업 형태로 튀어나와 깔끔하게 요약을 하는 방식이다.

송린 오페라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생성형 AI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구글 바드와 같은 솔루션이 빠르게 출시되면서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을 웹 브라우저가 내놓게 돼 흥분된다"고 설명했다. 오페라는 1995년 노르웨이 오슬로에 설립된 브라우저 업체로 2016년 중국 게임 업체인 쿤룬테크가 12억3000만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2018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오페라 주가는 AI 서비스 도입이 전망되면서 지난 5일간 14.61% 상승하기도 했다.

앞서 MS는 지난 7일 브라우저인 에지의 우측 사이드에 챗GPT 창을 도입하고 이를 일반에게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검색 창에 정보를 입력하면 일반 검색 결과가 나오는 것은 물론, 우측 사이드에 있는 창을 통해 챗GPT가 작성한 문장을 함께 보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빌 게이츠 MS 창업자는 "생성형 AI는 인터넷 발명만큼 인류에게 중대한 사건"이라면서 "2년에 걸쳐 세상이 크게 진보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인 브라우저 시장을 놓고 격돌하는 이유는 브라우저를 장착한 빅테크 기업이 곧 검색 시장과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소프트웨어인 브라우저와 웹 페이지를 찾을 수 있는 검색엔진이 필수다. 통상 특정 브라우저를 내려받아 사용하면 자연스레 해당 업체가 내놓은 검색엔진을 사용하게 돼 있다. 그만큼 브라우저 점유율을 늘리면 디지털 광고의 기반이 되는 검색엔진 사용자를 늘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사용자를 가두는 이른바 '잠금 효과'다.

한편 챗GPT의 세계적 열풍으로 인해 구글, MS 등 빅테크 영향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막대한 컴퓨터 연산이 필요한 생성형 AI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기업은 엄청난 재정적·지적·컴퓨팅 자원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빅테크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도 외형상 스타트업이지만 시스템을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컴퓨터 연산능력 등으로 MS의 대규모 투자를 받은 상태다. 또 챗GPT 등이 제공하는 답변이 실질적인 유용성을 가지려면 이용자가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WSJ는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