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패키징 서비스를 함께 공급한다. 엔비디아가 기존 공급사인 TSMC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 시간·비용을 줄이기 위해 HBM 제조와 첨단패키징 역량을 동시에 갖춘 삼성전자를 낙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GPU용 HBM3·첨단패키징 서비스 기술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 검증 절차가 끝나는 대로 삼성전자는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개별 GPU 칩과 HBM3를 묶어 고성능 GPU ‘H100’으로 가공하는 첨단패키징을 담당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TSMC에 GPU 첨단패키징 물량 대부분을 맡겼다. TSMC는 자사 공정을 통해 제조한 개별 GPU 칩에 SK하이닉스 HBM3를 패키징해 엔비디아의 H100을 생산했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H100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TSMC가 엔비디아의 주문량을 모두 소화하기 힘들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고객사가 “GPU가 없어 서비스에 차질이 생긴다”고 밝힐 정도다. 엔비디아는 HBM3와 첨단패키징 역량이 있는 삼성전자로 눈을 돌렸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거래를 발판으로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첨단패키징 등 반도체 모든 공정을 책임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삼성전자의 강점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종합반도체기업이라는 것”이라며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삼성을 찾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황정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