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화장품 라인 첫 출시
패션 등 매출 둔화…뷰티만 성장
'립스틱 효과'로 불경기에도 꿋꿋
쿠팡도 럭셔리 화장품 앱 내놔
SSG·코스맥스는 브랜드 육성세계 최대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의 간판 브랜드 루이비통이 창립 171년 만에 처음으로 뷰티 시장에 진출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명품 브랜드의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서도 뷰티업체의 실적은 꺾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e커머스도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고 해외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는 ‘K뷰티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루이비통은 코스메틱 부문을 신설하고 올가을 ‘라 보떼 루이비통’ 컬렉션을 신규 출시한다고 6일 밝혔다. 루이비통이 뷰티 파우치 등을 판매한 적은 있지만 화장품을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스메틱 부문을 주도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데임 팻 맥그라스에게 맡겼다.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비통 회장은 “라 보떼 루이비통은 루이비통의 창의성과 유산을 기념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이 뷰티 시장에 진출한 건 실적과 관련이 깊다. 불경기로 LVMH그룹의 패션, 가방 등 핵심 제품의 성장률이 둔화했지만 뷰티만큼은 성장하고 있어서다. 루이비통을 비롯해 디올, 셀린느 등을 거느린 LVMH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846억8300만유로로 1년 전보다 1.7% 줄었다. 패션·가죽제품(-2.6%), 시계·주얼리(-3%), 주류(-11.2%) 등의 매출이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반면 향수·코스메틱(1.8%)과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포함된 특수 리테일(2.1%) 부문 매출은 전년보다 증가했다.
업계에선 화장품이 다른 제품군에 비해 경기를 덜 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킨케어, 클렌징 등 기초 화장품은 이제 생필품에 가까워 불황에도 소비가 크게 줄지 않는다”며 “불경기에 명품 가방 대신 명품 화장품을 사는 ‘립스틱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구찌, 발렌시아가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도 2023년 뷰티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 법인 케링보테를 설립하고 럭셔리 향수 브랜드 ‘크리드’를 인수했다. 지난해 케링보테 매출은 3억2300만유로(약 5034억원)였다. 국내 유통업체도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뷰티 사업을 키우고 있다. 특히 강력한 배송망을 갖춘 e커머스의 경쟁이 치열하다. 뷰티는 식품 등 다른 제품군에 비해 재고 관리와 배송이 쉽다. 부피가 작고 가볍기 때문에 ‘퀵커머스’(30분~1시간 내 배송)에도 안성맞춤이다. 컬리와 무신사가 각각 ‘뷰티컬리’ ‘무신사 뷰티’를 론칭해 뷰티 사업을 강화한 배경이다.
명품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쿠팡도 럭셔리 화장품 전용 앱 ‘알럭스’를 내놓고 조말론, 랑콤, 에스티로더 등을 판매하고 나섰다. 에르메스 가방, 샤넬 구두 등은 재고를 확보하기 어렵지만 럭셔리 화장품은 제품 조달이 수월하다.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직접 ‘메가 K뷰티 브랜드 키우기’에 나선 업체도 있다. SSG닷컴은 이날 코스맥스와 손잡고 국내 중소 브랜드사 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뷰티 분야에서 오랜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갖춘 코스맥스가 성장 잠재력이 큰 K뷰티 브랜드를 추천하면 SSG닷컴이 ‘쓱세일’ ‘쓱데이’ 등 대형 행사를 통해 마케팅을 지원한다. 알리익스프레스, 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도 K뷰티 브랜드 입점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