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저PBR 투자?… 그러다가 제대로 뒤통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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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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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낮은 기업 상당수가 기본적으로 ‘주주 무시’
이런 기업이 주주 친화적 정책에 얼마나 호응할까
“밸류업 프로그램, 페널티 없으면 효과 떨어질 것”

최근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평가 종목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업 PBR이 낮아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상당수는 배당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주주 환원에 소극적인 업체다. 정부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막연한 정책 기대감에 무조건 저PBR주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오랜 시간 주주를 무시해온 기업들이 강제성 없는 정부 정책에 꾸준히 호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에서다.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기업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식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을 실어줘야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스1

2월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발표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할 방침이다.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2월 안에 발표한다고 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프로그램의 내용 중 하나는 PBR 또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의 목표치를 상장사가 제시하도록 한국거래소의 가이드라인에 규정하는 것이다.

세부안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기업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정부의 기본 입장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상장사 PBR을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쓴다 한들 상장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렇다 보니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을 때 기업에 강제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주를 무시하는 회사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건설 거푸집 제조사인 삼목에스폼은 당기순이익이 2015년 332억원에서 지난해 527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삼목에스폼은 8년 동안 배당금을 100원으로 고정했다. 이익이 늘어도 과실을 주주와 나누지 않으니 삼목에스폼의 PBR은 0.48배에 불과하다.

2013년 삼목에스폼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권을 이용해 회사에 감사 선임을 요구했다. 삼목에스폼이 계열사인 에스폼을 부당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회사는 주주총회소집공고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돌연 삭제했다. 소액 주주들은 회사에 “공개매수로 우리 주식을 사들여 상장폐지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래픽=손민균

“페널티 없으면 기업 움직이지 않아”

전문가들은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가 대주주에게만 맞춰져 있는 기업은 밸류업 정책에 호응할 가능성이 특히 작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최대 60%인 탓에 대주주는 자녀에게 기업을 승계할 때 낮은 주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주가가 너무 오르면 상속세 부담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투자할 때 PBR뿐 아니라 기업 경영진을 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가 할인을 고착화한 상장사 스스로 반성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체는 경영진이 아니라 이사진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페널티가 없다면 상장사로선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주가가 저평가 받는 이유를 분석하는 등 품이 많이 드는 일을 굳이 할 요인이 없다”며 “페널티가 있더라도 강하지 않으면 기업을 움직이게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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