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매판매가 강세를 보이며 소비 흐름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품목 별로 총 13개 중 7개가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워즈오토모티브에 따르면 금리인하와 딜러들의 대규모의 연말 할인으로 자동차 판매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또 허리케인 밀턴과 헬렌으로 훼손된 자동차를 교체하기 위한 수요가 증가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할인 판매로 아마존닷컴과 틱톡샵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판매도 대폭 증가했다. 그 결과 전자상거래 매출은 1.8% 늘어났다. 건축 자재 매출은 0.4% 증가했다.
음식 서비스, 자동차, 건축 자재, 주유소 판매가 제외되는 대조군 판매는 0.4% 증가했다. 대조군 판매는 국내총생산(GDP)에도 포함된다. 지난 3개월 동안 대조군 판매의 연율 증가율은 5.6%를 기록했다.
반면 소매판매 중 유일한 서비스 부문 품목인 레스토랑·바 매출은 지난 3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식료품점 매출도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데이터는 소비자들이 중요한 연말 쇼핑 시즌에 할인 혜택과 물가보다 빠르게 상승하는 소득에 힘입어 견고한 모습을 유지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미국 대선 이후 소비자 신뢰지수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일부 소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부과로 인해 상품 가격이 오르기 전 고가 제품을 미리 구매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일라이자 윙어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은 관세 부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것을 더 우려하는 등 정치적 성향에 따라 소비자들의 성향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 지지자들과 무당파는 미리 구매하는 행위의 주요 원인을 관세로 꼽은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브래들리 손더스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수치가 "소비자 회복력을 반영한다"며 "11월 소매판매의 견고한 증가는 자동차 판매가 주도했지만 대조군 판매도 건전한 속도로 증가해 여전히 광범위한 강세의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웰스파고의 팀 퀸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가 "소매업체들이 괜찮은 연말 시즌을 보냈다는 것을 나타낸다"면서도 2025년에 접어들면서 관세 등으로 소비자 지출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경고 신호도 보냈다고 진단했다.
퀸란은 "새해에도 가계들이 지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세로 인한 가격 압박이 심화됨에 따라 소비 속도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으로 가계들이 양호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데이터에 따르면 실직 소득 성장 둔화와 여전히 높은 금융 비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표는 이틀간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시작되는 가운데 공개됐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0.25%p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새로운 경제전망요약(SEP)도 공개한다. 일부 연준 위원들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완화와 노동시장 둔화세를 근거로 금리인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하고 있고 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금리인하 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