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 물량 쌓여있고,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이차전지 기업 투자 유의"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최근 이차전지 테마로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에서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의 주식전환청구권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CB 세력은 해당 종목에 투자해 500%가 넘는 수익을 거두는 등 테마주 광풍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CB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전환 전에는 사채로서 확정된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식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주가가 오르지 않을 땐 만기까지 기다려 원금과 약속된 이자를 받아가지만, 지금처럼 주가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주가 차익을 챙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다트(Dart)에 따르면 이브이첨단소재는 이달에만 3번의 전환청구권행사가 이뤄지면서 CB 세력이 큰 돈을 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일에는 7회차 CB 물량인 848만8964주가 주당 1767원에 주식으로 전환됐다. 발행 주식수의 17.62%에 달하는 비중으로, 신주 상장 예정일은 오는 28일이다. 주식으로 상장된 후에는 언제는 시장에서 매도할 수 있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4회차 CB 물량인 10만7028주가 주당 2803원에 주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공시했고, 주당 1769원에 발행된 6회차 CB 물량인 207만4614주도 주식으로 전환된다. 해당 CB의 상장일은 각각 4월28일, 5월4일이다.
20일 기준 이브이첨단소재의 주가는 1만1550원이다. 주당 2803원에 주식을 받은 4회차 CB 투자자들의 주가 수익률은 312%가 넘는다. 6회차 CB 투자자의 수익률은 552.9%다.
최근 이차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 이아이디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이화전기 역시 19일 CB의 전환청구권 행사가 이뤄졌다.
청구권 행사주식수는 423만7288주로 발행주식의 3.07%에 달하는 수량이다. 주당 발행가액은 472원으로 상장 예정일은 5월8일이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322.7%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유일에너테크, 에스피시스템스 CB에 투자한 세력들도 전환청구권 행사를 통해 각각 41.8%, 153.3%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되지 않은 CB 물량 때문에 '오버행(대규모 잠재 매도 물량)' 우려가 나오는 이차전지 테마주도 다수다.
이브이첨단소재는 총 세 차례의 전환청구권 행사에도 여전히 6회차 CB(75만1837주)가 남아있다. 발행주식총수 대비 1.3% 수준의 물량이다.
올해만 185% 오른 금양 역시 43회차 CB 물량이 446만6279주 쌓여있다. 발행 당시 주당 가격은 4478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6만8200원이다. 해당 CB의 전환청구권이 행사되면 CB 투자자는 1423%가 넘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CB는 당장 현금이 없는 기업들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무기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제도이지만,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워 CB 투자자들이 과도한 수익을 챙기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아왔다. 실제로 CB를 자주 발행하는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브이첨단소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본 잠식으로 50% 무상감자를 실시한 바 있고, 최근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화전기 역시 지난 2021년을 제외하고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쭉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채무상환을 위해 3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주가가 CB 발행 당시보다 오르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 대신 현금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CB 물량이 많은 기업들은 이런 테마에 편승해 주가를 띄우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뒤늦게 이차전지 광풍에 뛰어드는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투자에 유의가 필요하다. CB세력이 전환한 주식이 상장하게 되면 개인투자자의 주가 가치는 떨어지고, 이들이 주식을 매도할 때는 손실을 그대로 입을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CB 물량이 신주가 상장되면 대부분 바로 매도하기 때문에 주가는 하락한다"면서 "CB 물량이 많이 쌓여 있고,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이차전지 관련 기업에 대해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