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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로 망할줄 알았는데…엑손모빌 사상 최고가

문일호 기자
입력 : 
2022-10-29 10:39:10
수정 : 
2022-10-30 04: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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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 줄이라는 압박에도
설비 투자 늘리며 고집부려
300억 달러 자사주 매입도
주주에겐 최고의 회사 찬사
애플 순익 턱밑까지 추격
미국 루이지애나의 엑손모빌 정유소[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 루이지애나의 엑손모빌 정유소[로이터 = 연합뉴스]
화석연료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를 늘리자는 ESG 구호 속에서도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 엑손모빌은 정유설비 투자를 유지하면서 버텨왔다. 이는 ESG 정책에 따라 투자를 줄인 셸, 토탈 등 유럽 메이저 정유사와는 정반대의 결정이었다.

이처럼 정부와 환경단체에는 각을 세우고 주주에겐 친화적이었던 엑손모빌의 고집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주가로 보답받았다.

엑손모빌 주가가 28일(미국 현지시간) 전날 대비 2.9% 오른 110.7달러로 마감됐는데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다.

올해 들어 주가가 74.2% 급등하며 메타(페이스북)와 JP모간, 월마트 등 미국 시총 상위 종목들을 차례차례 제치며 어느덧 시총 9위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급증한 실적에 비해선 주가가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엑손모빌의 3분기 순이익은 196억6000만 달러(28조원)로, 애플(207억 달러)를 턱밑 까지 추격했다. 2013년까지 미국 시총 1위는 엑손모빌이었다.

이같은 실적은 셰브론,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 토털에너지 등 경쟁사 대비 월등한 성적표다.

이는 유럽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결정적이었다.

3분기 브렌트유 가격은 전년동기대비 배럴당 37% 상승했고, 천연가스 가격도 3배 이상 뛰었다.

엑손모빌은 유가와 천연가스는 물론 석유화학 사업도 갖고 있어 유가가 하락해도 실적 방어력이 뛰어난 에너지 기업이다.

석유화학 사업은 유가가 원재료가 되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

엑손모빌은 급증한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올리는 한편 자사주 매입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는 2023년 까지 300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회사 기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엑손모빌이 하나님 보다 돈을 더 많이 번다"며 맹비난한데 석유 메이저들이 주주만 챙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 행정부의 압박은 엑손모빌이 주주 친화적인 기업이라는 것을 정부가 대신 홍보해주는 양상으로 해석돼 이 회사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문일호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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