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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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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수요와 따로 노는 RE100 정책…녹색프리미엄 공급 과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0 17:25

하반기 입찰물량, 전년比 2.6배로…낙찰가격 줄곧 추락

"최고 낙찰률 34%인데 그 고려 없이 입찰물량만 쏟아내"

"기업 RE100 재생E 명확한 신호 요청에 여유있게 공급"

"가격 경쟁 없어 RE100 쉽게 인정하면 국제기준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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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100 로고.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RE100(기업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이행을 위한 기업의 수요와 정책이 따로 놀고 있다.

RE100 이행방안 중 하나로 지난 2021년 도입된 녹색프리미엄의 입찰 물량이 최대 낙찰률 34%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도 줄곧 크게 늘었다.

이에 녹색프리미엄 낙찰 가격도 지난 2년 6개월간 다섯 차례 실시된 입찰결과 네 차례 연속 곤두박질쳤다.

녹색프리미엄 입찰물량이 넘치다 보니 기업은 하한가에 근접한 가격에도 입찰에 참여하기만 하면 별다른 가격경쟁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녹색프리미엄 제도를 이같이 운영하면 녹색프리미엄이 재생에너지를 늘리자는 RE100의 도입 취지에는 별로 도움이 안되고 국제 기준에 어긋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녹색프리미엄제는 기업이 RE100 이행을 보다 쉽게 하도록 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지 않아도 화석연료 발전 전력 등 일반 전력을 조달하되 일반 전기요금에 웃돈을 얹어 주면 RE100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녹색프리미엄제가 가뜩이나 일종의 어음발행으로 진정한 RE100 이행이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르고 있는데 운영마저 실효성에 의문까지 일면서 전면적인 제도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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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녹색프리미엄 입찰 모집물량은 3만4730기가와트시(GWh)로 정해졌다. 지난해 하반기 녹색프리미엄 물량 1만3561GWh와 비교할 때 2.6배 늘어났다.

하반기 녹색프리미엄 입찰은 이날부터 오는 24일까지 모집한다.

에너지공단은 올해 총 녹색프리미엄 입찰 모집물량을 5만1840GWh로 올해 예상되는 총 재생에너지 발전량으로 선정했다. 녹색프리미엄 입찰은 올해 총 3번에 나눠서 진행된다. 지난 2월 상반기 1차 모집 때 올해 총 물량 80%를 풀었고 2차, 3차 때 미달된 물량을 풀어 입찰자를 모집하는 방식이다.

녹색프리미엄 수요가 입찰물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낙찰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그동안 녹색프리미엄 낙찰률이 가장 높았던 건 지난해 상반기 때로 1만3561GWh 중 34.4%(4670GWh)가 낙찰됐다.

녹색프리미엄 수요가 아무리 많아도 공급량의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입찰경쟁이 무의미해지자 낙찰가격도 하한가 킬로와트시(kWh)당 10원에 가까워졌다.

녹색프리미엄 첫 시행 시기인 지난 2021년 상반기에는 낙찰가격이 kWh당 14.6원이었나 올해 상반기에는 10.5원으로 28.1%(4.1원) 하락했다.

그럼에도 녹색프리미엄 입찰 물량은 계속 늘어났다.

이같이 녹색프리미엄 물량이 계속 늘어난 이유는 아직 국내 RE100 시장 초기로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 입찰량이 정확하게 어느 정도 수준까지 가능한 건지 명확하게 신호를 달라고 해서 이같이 물량을 정했다"며 "아직 국내에서 RE100을 시행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라 물량을 여유있게 공급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한가를 조정하자는 의견도 있는데 아직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녹색프리미엄 물량을 대규모로 풀어버리면 가격 경쟁도 일어나지 않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RE100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녹색프리미엄이 가격 경쟁도 없이 RE100으로 쉽게 인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와 형평성이 맞지 않을 거 같다"며 "재생에너지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등 추가성이 없어 정당성을 약화시킬 거 같다고 우려된다"고 밝혔다.

임재민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총장은 "RE100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늘리면서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자는 취지에서 하는 거다. 녹색프리미엄은 이미 공급된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것으로 추가 공급을 일으키지 않아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비판을 받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녹색프리미엄 물량을 확대해 그린워싱을 더 가속화하는 건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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