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는 탈탄소 없다”… ‘새로운 석유’로 떠오르는 구리

입력:2023-07-16 16:29
수정:2023-07-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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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가 탈(脫) 탄소 시대의 ‘새로운 석유’로 떠오르고 있다. 구리의 공급 부족이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에 차질을 일으킨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산업계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구리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거나, 알루미늄 같은 대체 소재를 찾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구리 수요 증가분의 3분의 2는 전기자동차 차지였다.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에는 약 4배, 전기버스엔 약 18배의 구리가 들어간다. 미국 구리개발협회(CDA)는 전기차와 전기버스 1대를 생산할 때 투입하는 구리가 각각 83㎏, 369㎏에 이른다고 밝혔다. 내연기관차에서 요구하는 구리량은 8~22㎏이다.

구리의 핵심 특성은 높은 전기전도율이다. 구리가 전선의 핵심 원재료로 쓰이는 이유다. 고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는 배터리 속 전기에너지를 차량 내부 곳곳으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고 16일 설명했다. 구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인프라·산업용 전선, 풍력 발전 기기, 태양광 패널 등에도 폭넓게 쓰인다. 니콜라스 스노든 골드만삭스 분석가는 “구리 없는 탈 탄소는 없다. 구리는 새로운 석유”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구리 공급 부족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캐나다 광산업체 아이반호마인스의 설립자 겸 회장인 로버트 프리들랜드는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 탄소 정책, 중국의 지속적인 수요, 인도의 부상,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세계 재무장 등은 구리 가격의 장기 상승 요인이다. 구리 가격이 10배 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 역시 오는 2030년까지 구리 공급이 수요보다 600만t 부족할 것으로 추산했다.

수급 불안정은 ‘구리 줄이기’를 촉진한다.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더 얇은 동박 사용, 모듈에 셀을 전선으로 연결할 필요가 없는 ‘콤팩트 배터리’로의 전환, 배선량을 덜 요구하는 고압 전기차 체계 구축 등으로 구리 사용량 감축을 시도 중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투자자들에게 “전기차 전압체계를 기존 12볼트(V)에서 48V로 바꿀 것이다. 이는 구리 필요량을 현재의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른 소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LS전선은 전기차, 풍력 발전기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전선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 2021년 에어컨 냉매 배관 소재를 구리에서 스테인리스로 바꾸는 신기술을 고객사와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구리 조달 비용은 전체 에어컨 제조 비용의 약 15%에 이른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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