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을까 말까… 네이버 제안에 고민 깊어진 증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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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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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가가 네이버와의 협업을 놓고 고심 중이다. 네이버는 포털 증권 페이지에서 곧바로 개인 투자자들이 매매를 할 수 있도록 증권사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연동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1위 사업자와의 협업으로 투자자 유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네이버에 영원히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로부터 증권 페이지에 WTS를 연결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네이버가 먼저 제안했지만, 증권사가 일종의 네이버 증권에 입점하는 비용을 내는 구조다. 비용은 증권사마다 다르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 구축이 완료되면 투자자들은 네이버 증권 페이지에서 시장 정보를 보다가 간단한 클릭만으로 각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으로 연결이 돼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한 번 로그인해 두면 WTS로 넘어갈 때 자동 로그인이 돼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투자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1위 사업자 네이버의 제안에도 무작정 환영할 수만은 없다는 게 증권가 분위기다. 실제로 지금까지 네이버와 협업을 확정 지은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두 곳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네이버와 지분교환을 통해 서로의 지분을 가진 일종의 ‘운명 공동체’인 것을 고려하면 실제 참여를 확정한 증권사는 신한증권 한 곳에 그친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최종학 선임기자

장기적으로 네이버에 플랫폼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도 각자의 플랫폼을 구축해 자신만의 고객을 확보하고 싶어한다”며 “고객을 네이버에게 넘겨주는 그림이 되니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늘어난 개인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개편과 콘텐츠 강화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무작정 거절할 수도 없는 처지다. 네이버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것이 보편화한다면 그때는 협업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어서다. 각 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셈법이 다르다. HTS와 MTS 점유율이 미미한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네이버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선두 증권사의 선택이다. ‘영웅문’ 브랜드로 독보적인 개인 주식매매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키움증권이나 간편하고 참신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에서 높은 선택을 받는 토스증권의 경우에는 당장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네이버의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시장이 커지면서 네이버와 미래에셋증권이 기존 시장을 흔들어 보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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