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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38개국 중에선 33개국이 여성과 함께 남성이 HPV 백신을 접종하도록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으로 도입했지만 한국은 여성만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 사진은 지난 8월 질병청이 배포한 HPV 백신 접종 홍보 시각물이다./사진= 질병청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그대로 예산을 확정한다면 국내 남성 청소년과 70~79세 노인들은 각각 무료로 HPV 백신과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복지위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예방접종 실시' 예산을 당초 정부안 6018억3100만원 대비 3229억4200만원 늘린 9247억7300만원으로 증액하는 안을 의결했다.
기존 정부안에 없던 △HPV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의 백신 전환(HPV 2·4가→9가)과 남아 확대(278억9100만원) △70~79세 대상포진 예방접종 실시(725억원)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대상자 60~64세 만성질환자로 확대(174억4700만원) 등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당초 질병관리청은 기획재정부에 HPV 백신 남아 무료 접종, 대상포진 무료 접종 등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안이 최종 정부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를 상임위인 복지위에서 반영한 것이다.
이제 공은 국회 예결위와 정부로 넘어갔다. 국회 예결위에서 해당 예산들을 삭감하지 않고 확정하면 내년부터 HPV 백신 남아 확대, 고령층 대상포진 예방접종 등이 무료로 시행될 수 있다. 반대로 증액한 예산을 삭감하면 해당 예방접종 국가 지원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예결위는 오는 18일 조정소위원회,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예산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의 의견도 반영된다.
앞서 의원들은 남아 HPV 백신 접종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열린 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OECD 38개국 중에서 33개국이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접종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예방접종에서도 후진국인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HPV 백신의 남아 지원 필요성을 피력했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연령별 백신별 특성, 백신 수급 가능성, 소요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HPV 백신의 남자 청소년 지원에 대해 국회에서 적절한 규모의 증액이 필요하다"며 "미래세대 건강을 위한 투자,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복지위 여당 간사이자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위원으로서 정부와 적극 협력하고 여야 의원들과 협의해 국민을 위한 정책과 예산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남아 HPV 백신 접종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7월 대한부인종양학회·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대한두경부외과학회와 세 개 학회의 모학회를 포함한 한국 전문가 그룹은 아시아·오세아니아 생식기 감염·종양학회에서 HPV 백신을 남녀 모두가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궁경부암, 두경부암, 생식기 사마귀, 음경암, 남성 불임을 비롯한 관련 질환의 예방을 위해 성별에 상관없이 9~26세 사이에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며 "HPV는 여성은 물론 남성에서도 흔하게 감염되고 남녀 모두에서 다양한 질병과 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이 함께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 방향성"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다수 국가가 남녀 모두에 HPV 백신 접종을 지원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HPV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시행하는 172개국 중 절반가량인 85개국이 남녀 접종을 지원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38개국 중에선 33개국이 여성과 함께 남성이 HPV 백신을 접종하도록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으로 도입했다. 그 중 28개국은 HPV 9가 백신으로 예방 중이다. 한국과 멕시코, 코스타리카만 2가와 4가 백신을 여자 청소년에게만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