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개미 파워… 기업 “소통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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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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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안건 좌우하고 결집력 강해
위임장 받는 기존 방식으론 한계
시총 작을수록 소통 확대 불가피
국민일보DB

코스피 상장사인 중견기업 A사는 이달 말에 있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의결권 모집 업체들을 잇달아 찾았다. 단순히 소액주주들 위임장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주총의 주요 안건을 주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동의를 얻을 ‘사전 소통창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대기업 상장사 B사 역시 주총을 앞두고 이른바 ‘행동주의 플랫폼’에 소액주주 표심을 얻기 위한 컨설팅을 요청했다고 한다. B사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와 결합한 주주제안이 쏟아지면서 기존 대응 방식으로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21일 말했다.

‘주주행동주의 열풍’이 거세지자 기업들이 소액주주와의 접점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소액주주 영향력이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을 좌우할 수준으로 커진 데다, 온라인을 이용한 ‘비대면 의결권 위임’ 방식이 확산하면서 결집력도 단단해져서다. 최대주주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하는 ‘3%룰’ 도입 등의 보호장치도 주주행동주의 확대의 토대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KT, KT&G, 태광산업, BYC 등의 주총에선 소액주주 표심이 캐스팅보트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직접 찾아가 위임장을 달라는 방식으로는 ‘주총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 지문보안 시장 2위 기업인 유니온커뮤니티(유니온)는 소액주주 표심 확보로 경쟁사와의 분쟁을 막는 데 성공했다. 업계 1위인 슈프리마에이치큐(슈프리마)는 유니온 지분 8.4%를 확보한 뒤, 자신들이 추천한 감사를 선임하라는 주주제안을 냈다. 유니온 측은 “경쟁사의 경영 방해”라며 소액주주들에게 안건 부결을 요청했다. 지난 15일 열린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유니온 측 손을 들어줬고, 감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유니온 관계자는 “주주행동 캠페인을 벌여 소액주주들에게 회사 상황을 설명하고 이들의 의결권을 얻은 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은 경영권 등을 노린 주주제안을 막는 수단으로 소액주주들과의 소통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주주 반발이 큰 물적·인적분할 등에서 기업과 소액주주 간의 힘겨루기는 여전하다. 오는 29일 주총을 앞둔 DB하이텍이 팹리스 사업부의 물적분할을 발표하자 소액주주들은 반대표 행사를 선언하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10일 열린 주총에서 지주사 설립을 위한 인적분할을 안건으로 상정했다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 반대에 무릎을 꿇었다. 22일 개최하는 OCI 주총에서도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하는 인적분할 안건을 놓고 소액주주 등과의 표 대결이 벌어질 전망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의 관건은 소액주주들 공감대를 이끌어 내 의결권을 모으는 것”이라며 “기업의 장기적 사업계획의 향방에서 소액주주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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