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등이 중국 견제의 벽을 쌓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배터리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틈새 기회를 노린다. 고부가 하이니켈(고함량 니켈)에만 집중했던 제품 포트폴리오를 중저가형으로까지 대폭 확장해 신규 고객사 확보 활동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에코프로는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에서 애널리스트와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에코 프렌들리 데이'를 열고 중장기 미래 성장 전략을 밝혔다. 에코프로 그룹 2027년 연매출 30조원 목표,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통한 지정학적 리스크 최소화, 2023~2027년 캐펙스(CAPEX·자본적지출) 11조원 등의 내용을 골자로 했다.
지난해 에코프로 연결 매출액이 약 1조5000억원, 올해 예상 매출액이 5조30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약속한 것이다. 도전적 전략의 중심에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비엠이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7년 연매출 27조원을 목표로 내걸었으며 2023~2027년 캐펙스는 7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에코프로비엠은 기존에 2026년까지 글로벌 양극재 생산능력을 55만톤 확보한다고 밝힌 데 더해 이번 발표에서 2027년 기준 71만톤으로 생산능력 기대치를 한층 더 높였다.
생산능력 상향 조정과 함께 기존 하이니켈 양극재 강자로 꼽히던 에코프로비엠은 저가형 양극재 시장을 타겟 삼아 LFP 배터리도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2023년 양산 라인 착공, 2025년 양산이 목표다. 에코프로비엠이 LFP 배터리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로 대표되는 삼원계 배터리에 집중해왔다. 다만 지난해~올해 니켈,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중국 기업들이 주도해온 LFP 배터리에도 눈돌리는 추세다. 에너지 밀도가 낮은 대신 원자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LFP 배터리는 엔트리급(저가형) 전기차나 전기버스 등 상용차에 주로 쓰인다.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하이엔드 시장에 주력했던 에코프로비엠이 LFP 배터리에 눈돌린 것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RMA) 등에서 알 수 있듯 선진국들이 원재료에서부터 부품까지 탈중국화를 가속화하기 있는 시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LFP 양극재 비중이 낮아진다면 그 틈새는 국내 기업 등 다른 양극재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양극재 수요는 올해 약 78만8000톤에서 2030년 612만4000톤으로 670% 넘게 성장할 전망이다. 이 중 LFP 양극재 수요는 2023년 23만8000톤에서 2030년 148만6000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에코프로비엠은 LFP 양극재와 함께 저가 양극재로 꼽히는 소듐(Sodium) 양극재도 2026년까지 양산한다고 밝혔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그동안 LFP 양극재 등은 중국이 원가 경쟁력에서 앞서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중점적으로 다뤄 왔었다"며 "최근 IRA나 RMA와 같은 정책에 따른 LFP 양극재 공급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이 저가형 양극재 양산에만 힘주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 배터리 양극재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 전고체 전지 개발용 양극재를 공급하는 한편 2024~2025년에는 '코발트 프리' 양극재 양산도 목표로 삼았다. 중저가에서 최고급형까지 전 제품 영역을 망라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에코프로는 이와 같은 성장 동력 육성을 책임질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는 중이다. 최근 그룹 차원에서 100여 명의 경력사원을 채용한다고 밝혔고 전 가족사 공통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해 관련 인력도 대거 채용할 예정이다. 또 전 가족사 R&D 인력을 집결시킬 청주 오창 R&D 캠퍼스 조성 계획을 본격화해 기술 경쟁력 우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