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음극재 원료인 흑연을 호주 기업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망 구축으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최대 수혜 업체로 떠오른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협력으로 몸값을 더 높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9일 호주 흑연업체 시라와 천연 흑연 공급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5년 천연 흑연 2000t을 공급받는 것을 시작으로 협력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세부 내용을 추가 협의한 후 연내 최종 공급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배터리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흑연은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원료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음극재에 쓰인 흑연 중 중국산 비중은 70.4%에 달한다. IRA 이슈가 불거진 후 배터리업계가 흑연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시라는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광산을 보유 중이다. 내년부터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생산공장을 설립해 가동한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시라와의 협업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좋은 기회인 셈이다.

이번 협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양극재의 핵심인 리튬 니켈 코발트뿐 아니라 음극재 필수 소재인 흑연까지 확보해 공급망 안정성을 한층 강화하게 됐다. IRA 대응에 가장 앞서 있는 배터리업체로 꼽히며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의 ‘러브콜’을 받는 LG에너지솔루션의 몸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이 회사는 앞서 북미 광물업체인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레이크, 시그마리튬, 컴파스미네랄 등과 공급계약을 맺으며 북미 공급망을 강화했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이번 협력으로 핵심 전략 시장 미국에서 경쟁력 있는 원재료를 선제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숀 베르너 시라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선도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공급망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