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과별 선호도를 보면 관련 산업과 직업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수험생들이 전망이 밝고 선호도가 높은 학과를 선택하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건축학과가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는 의대보다 선호도와 경쟁률이 높았던 때도 있었다. 개발시대에 접어들며 미래를 밝게 본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인기가 낮은 학과, 학생들이 진학을 기피하는 학과 관련 산업의 미래는 암울하다고 봐야 한다.
내리막길을 걷던 원전 관련학과 입학생 수가 소폭 반등했다고 한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발간한 ‘2023 원자력연감’에 따르면 원자력 관련 전공 학사 입학생 수는 424명으로 전년 396명 대비 7%(28명) 늘었다. 2017년 552명이었던 입학생 수는 2018년 500명 이하로, 2021년엔 400명 이하(396명)로까지 각각 떨어지는 등 감소하다가 5년 만에 처음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원전 관련 학생이 줄어든 것은 산업의 미래와 비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라버렸다고 하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에너지 트렌드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아니라 이념과 아집에 얽매여 무리하게 추진한 탈원전 정책의 한 단면이다.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에너지 위기를 자초한 것은 물론 학생들의 미래 선택 기회마저 빼앗은 셈이다.
산업의 미래는 젊은층 유입에 달려 있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흡하나마 원전산업에도 피가 돌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켜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갈길은 멀다. 한국이 뒷걸음질치는 사이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1년으로 좁혀졌다는 분석도 있다. 잃어버린 5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속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기업들이 뛸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책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젊은층에게 미래를 보여주고 비전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산업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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