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성적 좋아도 주가에는 영향 없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으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수요예측 흥행에도 상장 날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공모주가 상장하기만 해도 줄줄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장한 기업 가운데 따상을 기록한 종목은 케이옥션, 포바이포, HPSP, 유일로보틱스, 세빗캠, 에스비비테크 등 6개 종목뿐이다. 지난해 17개 종목이 상장 당일 따상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감소한 것이다.
올해는 수요예측 흥행 종목 불패 신화도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통상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거나 공모가를 희망 범위(밴드) 상단에 확정하는 등 흥행하면, 따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주가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수요예측에서 흥행한 종목도 상장 이후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기도 한다.
전날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티쓰리엔터테인먼트는 수요예측에서 1744.0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서도 1384.3대 1의 경쟁률로 흥행했지만, 상장 첫날 주가는 시초가 대비 14.72% 하락한 2085원에 마감했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559대 1의 경쟁률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 최상단에 확정한 핀텔은 상장 첫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뉴로메카도 지난 20~21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6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밴드 최상단인 1만6900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상장 당일 주가는 시초가 대비 13.2% 급락했다.
산돌도 이런 현상을 피해 가지 못했다. 산돌은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 중 96.3%가 희망 공모가(1만6000~1만8800원) 최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며 공모가를 1만8800원으로 확정 지었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462.19대 1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27일 상장 첫날 주가는 시초가 대비 14% 미끄러졌다.
수요예측이 부진한 결과로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하단보다 낮은 가격으로 설정한 기업 비율도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스팩 및 리츠를 제외한 70개 기업 중 26개가 희망 공모가 범위 이하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지난해에는 94개 기업 중 단 12개 기업만이 공모가 밴드 최하단 아래에서 공모가를 정했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위험 확대와 금리 상승이라는 매크로 변수가 IPO 시장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면서 “금리 상승은 공모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해 이전과 같은 공모 조건으로는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최근 상장 예정 기업과 IPO 주관사가 공모가 밴드 하향, 공모액 축소, 기존 투자자 보호예수 비율 증가 등의 변화를 주고 있는데,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올 들어 비상장주식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두나무는 14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말 49만원에 거래되던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69.8% 하락했다 . 야놀자도 지난해 말 10만원 근처까지 갔지만 현재는 반토막도 안 되는 4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2만3400원까지 올랐던 케이뱅크는 1만2000원대를 기록 중이다.
비상장시장의 거래대금도 급격하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K-OTC의 거래대금은 25억4961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18일 거래대금(66억8557만원)과 비교하면 6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