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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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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기술 국산화에 달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9 08:09

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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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지난 몇 년 동안 산업현장 곳곳을 다녔다. 점차 웅장한 모습으로 위용을 갖추는 LNG 비축기지와 허브 터미널 공사현장의 수많은 근로자들 사이에서 뿜어나오는 활기찬 기운, 수많은 엔지니어와 연구자들이 에너지 전환과 저탄소·무탄소 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현장 등에서 대한민국의 힘을 느꼈다. 여러 발전소뿐만 아니라 송전탑, 동해 1기지, CCS 기술개발 등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다. 수소와 암모니아 혼소발전의 실증 현장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 에너지 발전 분야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역동성은 과거 반세기 전에 포항제철이 만들어지고, 경부고속도로 길이 뚫리고, 조선소가 세워지는 장면을 목격한 경험과 비슷하다. 에너지 산업의 부흥을 통해 국가 신성장동력을 확보함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강건함과 경제적으로도 강건한 시스템을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

탄소중립은 한두 해로 끝날 과제가 아니다. 우리 기술과 자본과 노동력으로 산업 생태계를 갖춰 나가면서 수십 년간 진행해야 하는 과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2050년 무렵에는 우리나라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상당히 비관적으로 바뀐 상황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고갈돼 2060년부터 수백 조 원의 정부 재정이 매년 투입돼야 하고, 경제성장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죽하면 온실가스 넷제로가 경제상황 악화로 달성될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올 정도다.

주요국 거의 모든 나라가 자국 제조업을 육성 내지 보호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화석연료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등 거의 모든 자원을 풍부하게 가진 미국 조차 자국의 노동과 기술과 자본으로 자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전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에까지 일관된, 즉 공화당과 민주당을 초월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면 된다.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정책도 ‘코리아 퍼스트 정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그동안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발표된 바와 같이 석탄발전기가 LNG 발전기로 전환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국산 발전기 육성 정책이 동반돼햐 한다. 사람도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을 충족해야 한다고 하는데, 국산 기술의 가스터빈이 7000 시간 이상 운전 확보되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LNG 발전기는 향후 수소혼소나 수소전소를 통한 탄소중립에 기여할 것이다. 언제까지 해외 주기기 제작사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다. 이미 한국은 조선,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에 이어 최근에는 방위산업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그 기술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발전시장이라고 해서 그러지말라는 법은 없다.

기술의 국산화는 에너지 안보,더 나아가 국가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의 설비를 교체하는 이른 바 ‘Rip and Replace(뜯어내고 교체하기) 프로그램’를 가동 중이다. 초기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의 예산을 넘어서서 이제는 50억 달러 (6조5000억 원)를 넘는 투자를 단행하면서까지 이 정책을 강행하는 이유는 국가안보와 상업기술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인버터까지도 우리 자체의 산업역량을 갖춰야 하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은 사이버 해킹에 취약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안보 차원에서도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모든 것을 국산화하자는 것도 아니며 이는 오늘날 국제분업 체제에서 가능하지도 않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탄소중립을 향한 먼 여정 속에서 기술 종속적 관계가 아니라 우리의 주도적인 기술과 산업 생태계 구축 중심으로 전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함으로써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연도에 쪼그라든 국민연금으로 걱정하는 나라가 아닌 다시 웅비하는 성장국가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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