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사퇴 초강수에도 궁지 몰린 키움…초대형IB 차질 빚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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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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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사퇴…“주식매각대금 사회 환원”
불매운동에 집단소송까지…키움증권에 뿔난 개미들
증권가 키움증권 목표주가 하향 “CFD發 손실 우려”
키움증권 오너리스크에 초대형 IB 인가 제동 걸릴까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4일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연루 의혹에 휩싸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김 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키움증권은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키움증권 주가가 하락 곡선을 그리면서 최근 야심차게 준비해온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 전격 사퇴…거세지는 후폭풍

지난 4일 김익래 회장은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다우데이타 주식매각대금 605억원은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김 회장은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직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블록딜(시간외매매)로 대량 매도했다.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김 회장이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라 대표는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김 회장이 지분을 매도한 금액을 실제로 계좌로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제 돈을 받지 않고 주식만 오갔다면 무차입 공매도를 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퇴 발표 전날인 지난 3일 김 회장은 주가조작 사전 인지 등의 불법적 요소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 측은 블록딜로 매도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에 대한 거래명세서를 공개하며 라 대표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음날 김 회장은 돌연 태도를 바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강경한 대응이 오히려 여론을 악화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김 회장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전격 사퇴’에도 성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키움증권 계좌를 타 증권사 계좌로 옮기거나 불매운동을 펼치는 등 반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일부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는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해 준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증권사의 허술한 CFD 계좌 관리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CFD와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을 본인 확인 없이 비대면으로 열어준 것을 보면 이번 사태에서 증권사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일 내리막길 걷는 주가…증권가는 목표가 하향

키움증권이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으나 향후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선 CFD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김익래 회장의 주가 조작 연루 의혹으로 인해 키움증권의 주가는 최근 9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이 388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39%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07.27% 증가한 2924억원으로 집계됐고, 매출액은 57.45% 증가한 3조767억원을 기록했다.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0.22%(200원) 하락한 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 회장의 다우데이타 주식 매도 타이밍 의혹이 제기된 4월 25일(종가 9만9300원)부터 이날까지 8.36%(8300원) 하락했다. 키움증권 시가총액은 한달새 2조6000억원 대에서 2조3000억원 대로 3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CFD발 손실 우려로 2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올 1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냈으나 최근 사태로 인한 거래대금 감소로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신한투자증권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13만5000원에서 12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삼성증권도 키움증권 목표주가를 기존 13만7000원에서 12만5000원으로 내려 잡았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CFD 사태에 따른 영향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미수채권 발생과 일부 충당금 전입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2분기 실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 초대형 IB 인가 제동 걸리나

키움증권이 올해 중점 사업으로 거론해온 초대형 IB 인가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초대형 IB 인가를 받으면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아 업무를 영위 중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키움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초대형 IB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회장이 향후 검찰 수사에서 주식 불공정거래 의혹에 대해 무혐의 판결을 받더라도 대주주 도덕성 결격사유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사주가 불공정 거래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금융당국 입장에선 여론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SG증권발 폭락 사태로 인한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미수채권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FD발 손실 우려가 불거지고 있어 미수채권 증가 시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하다”며 “CFD 신규 가입 중단과 향후 금융위원회의 CFD 제도 개선 등으로 향후 CFD 관련 손익이 위축될 공산도 크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리테일 약정 마켓점유율 30%, 신용융자 마켓점유율 15.7%로 국내 1위 사업자인 만큼 다른 증권사 대비 익스포져(위험노출액)와 손실 규모가 클 수 있다”며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하며 연내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또한 보류되면서 자본효율성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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