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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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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시늉만 낸 수소발전 전력 전용 첫 구매입찰 후폭풍…"물량 적고 평가 불투명"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8.10 16:43

국내 첫 시행 수소발전입찰시장…"대규모 발전사업 입찰 참여도 어려워"



낙찰물량 전체 사업허가 물량 5.1% 수준…"정부 산업육성보단 가격 낮추기 혈안"



입찰평가 불투명…"청정수소 사용여부 평가하는 데 기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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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설치된 연료전지 발전설비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이원희 기자] 국내에서 처음 시행한 수소발전 전력 전용 구매 입찰이 시늉만 내고 수소발전 산업육성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소발전 전력 전용 구매 입찰 시장은 지난 6월 처음 개설됐는데 현재 진행 중인 사업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관련 산업 육성이라는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다.

입찰참여 물량에 비해 적은 낙찰물량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 낙찰가격도 낮아져 발전사업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전력을 판매할 수 있는 태양광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입찰 시장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수소발전 전력 전용 입찰 시장이 생기기 전에 수소발전에서 생산된 전력은 태양광·풍력 등과 함께 하나의 같은 신재생에너지 전력시장에서 거래됐다.

수소발전입찰시장의 낙찰자를 정하기 위한 입찰평가기준도 청정수소 기준 등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평가항목도 있어 "집도 안 짓고 입주부터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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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용량 20MW 이상 발전사업허가 받은 연료전지사업 현황 (단위: 개, MW). 자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발전소 건설사업 추진현황



◇ 낙찰물량 전체 사업허가 물량의 5.1% 수준…"정부 산업육성보단 가격 낮추기에 혈안"


10일 수소연료전지업계에 따르면 전날 발표된 올해 첫 수소발전 전용 입찰 결과에서 낙찰된 수소연료전지 총 설비용량 물량은 89.2메가와트(MW)로 나타났다.

현재 설비용량 20MW 이상을 기준으로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연료전지 발전사업 총 30개의 설비용량 1727MW의 5.1% 수준에 미치는 양이다.

특히 이 중에는 단일 설비용량 규모 100MW 넘는 연료전지 발전사업은 입찰에 아예 참여조차도 어려운 수준이다. 전체 낙찰된 모집물량보다도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입찰에 참여한 총 물량은 518MW로 경쟁률은 설비용량 기준 5.8대1을 보였다.

정부는 10년 동안 해마다 200MW의 낙찰물량을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민간기업들은 모집물량이 너무 적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수소연료전지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200MW 입찰물량은 너무 적다. 사업성이 나오려면 개별 발전소 설비용량이 최소 100MW는 돼야 한다"며 "해마다 200MW 입찰 물량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내년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입찰을 안 할 수도 있다. 이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돌릴수록 적자라 가동을 멈춘 발전소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발전 전용 입찰시장이 생기기 이전에는 수소연료전지 생산 전력의 판매단가는 전력도매가격(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시장 가격으로 구성됐다.

당초 수소연료전지발전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시장에서 태양광·풍력 등과 경쟁했다.

하지만 이번에 수소발전 전용 입찰시장에 입찰자들이 몰리면서 낙찰가격은 RPS 시장보다 약 10% 낮아졌다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알렸다.

이에 업계에서는 RPS 시장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비싼 에너지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와중에 정부는 SMP 상한제까지 도입하면서 가격 낮추기에만 혈안이 됐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수소연료전지업계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 전용 입찰 시장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발전설비를 늘리지 못하고 SMP상한제까지 적용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SMP보다 연료비가 높은 경우 연료비 차액 부분을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연료비 비중이 큰 수소연료전지는 이런 규정이 없다. 최근 연료비 급등에 SMP까지 상한제가 걸려 사실상 파산 위기"라며 "수소연료전지도 태양광이나 풍력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RPS를 따르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부분을 고려해줘야 하는 데 저가수주 경쟁만 부추긴다"고 덧붙였다.

발전공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탈석탄 기조에 따라 노후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폐지하고 나머지는 LNG복합화력발전소로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수소연료전지도 많이 늘렸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산업부에서 신규사업 재검토를 요청한 만큼 사실상 중단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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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발전 입찰시장 낙찰된 수소연료전지 사업 개요 (단위: MW). 자료= 수소연료전지 업계 자료 종합


◇ 입찰 평가기준 불투명…"청정수소 기준도 안 정해놓고 평가 항목 넣어"


또 다른 수소연료전지업계 관계자는 수소발전 전용 입찰시장 평가항목에서 사업자들이 얼마나 점수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한가도 공개가 되지 않다 보니 어떤 가격을 내야 할지 가늠이 안 된다"며 "입찰평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게 있어서 총 몇 점을 받을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은 낙찰자를 정할 때 가격 외에도 평가항목을 만들었다. 가격과 가격 외 평가항목에 대해 총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은 순으로 최종 낙찰자를 정한다.

태양광·풍력 전력판매시장인 RPS 고정가격계약과 똑같은 구조다.

태양광·풍력 RPS 고정가격계약에서 국내 관련 산업 육성 기여도 등 명확하게 점수를 매기기 어려운 항목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수소발전 입찰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수소발전 전력 전용 입찰시장 낙찰자의 경우 가격 점수 50점, 가격 외 평가 점수 50점 등 총 100점 만점으로 점수화해 선정한다.

가격 외 평가항목 점수 50점 만점 중 20점은 발전사업을 통해 기대되는 국가·지역 경제의 효과 및 고용창출 효과, 수소생태계 기여도 등에 배정했다.

가격 외 평가항목 점수 50점 만점의 나머지 30점 중 6점은 수소연료전지 연료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를 얼마나 활용할 계획을 세웠는지에 대해 평가한다.

문제는 청정수소인증제도는 아직 마련되지도 않았고 얼마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청정수소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입찰 공고에서도 청정수소인증제와 연동해 추후에 검토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도 가격 외 평가항목 총 점수의 12%를 청정수소 활용 계획에 부여했다.

가격 외 평가에서 사업자별 차별화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기준도 불명확한 청정수소 활용 계획은 낙찰자 선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수소발전입찰시장 낙찰에 관한 정보도 제한적으로 알려졌다.

공개입찰인데도 기업기밀이라는 이유로 낙찰결과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확한 낙찰평균가격, 낙찰자, 사업규모 등은 알 수 없다.

사업자끼리 암암리에 낙찰 사업자 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수소발전 입찰시장에 낙찰된 수소연료전지 사업과 사업 참가 기업들로는 △유에이치파워 연료전지(39.6MW / 대륜 E&S, 삼천리ES, 이지스자산운영 △울산하이드로젠파워2호 연료전지(19.8MW / 롯데케미칼, SK가스, 에어리퀴드코리아) △광주 에프지연료전지(7.0MW / 가나이엔지) △청주 SK에너지(3.0MW / SK에너지) △화성 양감연료전지(19.8MW / 한국플랜트서비스, SK에코플랜트) 등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사업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조만간 사업자들의 입장을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소연료전지는 LNG발전과 비교해 발전 중에 전력을 중단하거나 다시 생산하는 등 전력수급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무탄소 전원의 물량을 청정수소 중심으로 많이 잡아놔 수소연료전지 전용 일반수소발전시장은 그리 확대해줄 것 같지 않다"며 "수소연료전지는 유연성 자원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 재생에너지와 함께 늘리는 것에 우려가 많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재경 선임연구위원은 "하지만 수소연료전지도 유연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수소연료전지업계에서 이를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수소연료전지도 소규모로 지역 곳곳에 설치해 분산에너지의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청정수소 평가항목에 대해서는 "수소연료전지에 충분한 청정수소를 조달하기는 어렵다. 아직 청정수소인증제가 자리 잡지 못했는데 청정수소에 가산점을 주는 건 상징적인 조항으로 보인다"며 "수소발전 시장 참여보다는 아직 RPS쪽에 있는 사업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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