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전 전경. 뉴스1
기후 위기·에너지 안보에 따른 전 세계적인 원자력발전 확대 추세가 빨라지면서 '원전 강국' 한국의 수출 문도 넓어지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폴란드와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맺고 공동사업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체코에선 원전 1기를 두고 미국·프랑스와 경쟁 입찰을 통한 수주 3파전을 펼치고 있다. 루마니아와는 지난 6월 2600억원 규모의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튀르키예 등으로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적지 않은 편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가스 의존' 네덜란드에 韓 원전 입찰 가시화
여기에 원전과 거리가 멀던 국가들도 속속 원전 확대에 뛰어들면서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원전 1기만 운영하는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원자력 비중이 작고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네덜란드는 지난해 말 탄소중립 차원에서 2035년까지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두고 최근 한국 한수원,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 등 3개 회사 간 경쟁이 시동을 건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 정부가 다음 달 한수원 등 3곳에 각각 원전 사업 타당성 조사를 요청할 예정"이라면서 "타당성 조사를 거친 뒤에 예산·부지 등이 정리되고 사업 입찰 단계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혁신형 SMR 기술개발 사업단 출범식에 앞서 SMR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캐나다 SMR 추가 건설 계획…"진출하기 좋은 시장"
대형 원전 100분의 1 크기로 비용·입지 부담이 적은 '차세대 원전' SMR 시장도 활발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6월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등 5개사와 루마니아 내 462㎿ SMR 건설을 공동 추진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달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전력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해 기존 SMR 1기 건설에 더해 3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캐나다는 SMR 인허가 체계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한국이 진출하기 좋은 시장"이라며 "앞서 원자력연구원 등도 캐나다 측과 SMR 수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글로벌 원전 시장 확대는 한국 기업엔 호재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가 크게 흔들렸지만, 여전히 탄탄한 밸류 체인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로 꼽힌다. 공기 준수 등 뛰어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풍부한 원전 운영 경험 등이 장점이다. 이미 원전 기업들은 수출용 기자재 제작 등에 나서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경남 창원 소재 중소기업 사장은 "SMR 사업에 대비해 설비·인력·기술 등을 다 확보해놨다. 제작 발주 등은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원전 냉각탑 4개가 가동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부, 원전 기업 자금 등 지원…숙제도 많아
'탈(脫) 탈원전'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2027년까지 원전 설비 수출 5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수출에 가속을 붙이려 원전 중소·중견기업엔 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이들 업체를 위한 원전 수출 특례보증보험 제도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이집트·인도·네덜란드 등엔 '원전 세일즈'를 위한 상무관 11명을 순차적으로 파견키로 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은 SMR은 기자재 외에 부가가치 높은 노형 수출까지 노리려면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 원전 수출도 지난해 이후 장기화하는 미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소송 건을 해결해야 외교적 족쇄가 사라질 수 있다. 문주현 교수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100%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해외 사업에 대한 공동 진출 등 일정 부분 양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원전 중소기업들엔 자금 지원, 꾸준한 일감 확보 등이 중요한 만큼 기자재·유지보수 등 수출 전략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