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ST)이 이르면 내년부터 합법화하면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등 다양한 유무형 자산을 손쉽게 증권화할 수 있게 된다. 주식·채권 거래처럼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이들 자산의 일부를 사고팔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T가 제도권으로 편입되면 투자상품 확대 등 자본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토큰증권' 합법화…위·변조 위험 없는 '조각투자' 상품 확 늘어난다

토큰증권이 뭐길래

ST는 ‘분산원장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화한 증권’을 의미한다. 증권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가상자산(암호화폐)과 차이가 있다. 증권은 소유권에 대한 권리(주식)나 채무에 대한 권리(채권) 등을 담고 있지만 가상자산은 이런 권리가 없다.

ST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든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저작권,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자산까지 ST를 통해 유동화할 수 있다. 탈중앙화를 특징으로 하는 분산원장과 스마트 계약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위조 및 변조 위험 없이 낮은 비용으로 발행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동안 ST는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한 채 ‘규제 사각지대’ 영역에 있었다. 지금까지 증권 발행 형태는 실물증권과 전자증권 두 가지 형태로만 존재했다. 전자증권법은 증권을 디지털화하는 방식을 제한해 ST 발행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주식, 채권과 같은 전통적 증권이 아니라 새로운 유형의 증권이 등장하면서 ST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각투자로 대표되는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 신탁 수익증권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실물증권과 전자증권 형태만으로는 새로 등장한 권리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정비 방안의 핵심은 ST라는 새로운 증권 발행 형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음식 종류에 따라 적합한 그릇이 다른 것처럼 새로 출현한 증권 형태와 궁합이 잘 맞는 그릇을 새로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정형적인 증권을 소액 발행하는 것은 증권사를 통해 중앙 집중적으로 전자등록·관리하는 방식(전자증권)이 부적합해 새로운 발행 형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T 발행·유통 제도 도입

금융위는 ST를 전자증권법상 증권 형태로 수용하기로 했다. 기존 증권 발행과 동일하게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권리 추정력과 제3자 대항력 등 투자자 보호장치를 적용할 계획이다.

ST 발행인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 등을 통하지 않고 직접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발행인은 기존 전자증권과 동일하게 증권사를 통해 발행하면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행된 ST는 소규모 장외 유통플랫폼에서 거래된다. 중개업을 맡기 위해선 일정 규모 이상 자기자본 및 물적·인적·대주주·임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기존 증권사도 인가를 받으면 중개업을 할 수 있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반투자자에 대해선 투자 한도를 제한할 계획이다.

대규모 거래를 위한 상장시장인 ‘KRX 디지털 증권시장’도 개설한다. 이곳에 상장되는 ST는 기존 전자증권으로 전환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분산원장 기술의 처리 속도에 한계가 있어 안정적 거래를 위해선 전자증권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ST가 도입되면 기존 전자증권으로 발행되기 어려웠던 다양한 권리가 손쉽게 발행·유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층 더 체계적인 투자자 보호도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ST가 ‘새로운 투기 대상’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해선 경계했다. ST의 본질이 기본적으로 다른 증권과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 토큰증권

ST·securities token.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발행한 증권. 부동산, 미술품, 지식재산권, 저작권, 비상장주식 등 다양한 자산의 권리를 쪼갠 뒤 이를 거래할 수 있게 만든 디지털자산이다. 증권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구별된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