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그날, 생생한 숨결과 흔적…‘하나의 빛’으로 빛고을에 모이다읽음

글·사진 도재기 선임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메이투데이 - May to Day’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으로 마련돼 국내외에서 선보여온 ‘메이투데이(MaytoDay)’가 광주에 모두 모여 11월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옛 국군광주병원에 전시된 시오타 지하루의 설치작 ‘신의 언어’를 한 관람객이 살펴보는 모습이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으로 마련돼 국내외에서 선보여온 ‘메이투데이(MaytoDay)’가 광주에 모두 모여 11월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옛 국군광주병원에 전시된 시오타 지하루의 설치작 ‘신의 언어’를 한 관람객이 살펴보는 모습이다.

광주비엔날레 국제적 프로젝트

국내외에서 열렸던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 ‘메이투데이(MaytoDay)’가 마침내 광주에 모두 모여 관람객을 맞고 있다. ‘메이투데이’전은 5·18 정신의 의미와 가치를 미학적·역사적으로 오늘 이 시점에서, 광주를 넘어 국제적 맥락 속에서 탐색·조명하기 위해 (재)광주비엔날레가 마련한 국제적 프로젝트다. 코로나19 사태로 규모 축소 등 차질을 빚기는 했으나, 그동안 서울과 대만 타이베이, 독일 쾰른에선 저마다의 소주제 아래 전시를 선보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전시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메이투데이’ 특별전들이 집대성된 광주 전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문화창조원 복합5관과 민주평화기념관 3관, 옛 국군광주병원(사적 23호),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오는 11월29일까지 열린다. 2018년과 올해 제작된 5·18민주화운동 관련 작업인 ‘광주비엔날레 커미션’(GB커미션), 그동안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을 현시점에서 재맥락화한 작품 등을 포함해 모두 14개국의 작가 86명(팀)의 작품 330여점으로 구성됐다. 각 지역에서의 전시·작품들이 모여 새롭게 재편되고, 신작들도 더해졌다.

광주 전시는 5·18민주화운동의 생생한 숨결과 흔적이 남아 있는 현장들에서의 전시인 데다, 특히 장소 특정적 작품들은 관람객에게 더 뜻깊게 다가온다. 개막 다음날인 지난 15일 찾은 전시장들에선 벌써 관람객들이 곳곳에 보였다.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엔 김진하 나무아트 대표가 기획한 대규모 목판화전 ‘1980년대 목판화: 항쟁의 증언, 운동의 기억’이 마련됐다. 1980년 6월 제작돼 5·18을 다룬 첫 목판화로 추정되는 조진호의 작품부터 이후 민주화운동 과정과 최근까지의 목판화, 각종 관련 자료 등 모두 200여점이 나온 보기 드문 목판화 전시다. 당시 목판화는 5·18의 현장을 예술가들이 기록한 역사적 기록물이자 예술작품이라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자세히 살펴볼 만하다.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마련된 ‘1980년대 목판화: 항쟁의 증언, 운동의 기억’ 전시 전경 일부.

광주 무각사 로터스갤러리에서 마련된 ‘1980년대 목판화: 항쟁의 증언, 운동의 기억’ 전시 전경 일부.

‘목판화 : 항쟁의 중언, 운동의 기억’
해외작가들의 ‘GB커미션’ 등
14개국 86명 330여 작품 한자리

내년 베니스비엔날레로 이어져
보편적 시대정신으로 연대 확인

목판화전이 당시의 현장 기억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한다면, 옛 국군광주병원에 마련된 해외작가들의 ‘GB커미션’ 작품들은 5·18 당시와 지금 현재를 끈끈하게 이어준다고 할 수 있다. 5·18 당시 고문·구타 등으로 부상당한 시민들이 실려온 이곳은 2007년 폐쇄된 이후 방치된 공간에 장소 특정적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실 작업으로 유명한 시오타 지하루는 검은 털실과 성경책에서 뜯어낸 낱장들로 당시 성당으로 사용되던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신작을, 마이크 넬슨과 카데르 아티아는 2018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작품들을 발전시켜 내놓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문화창조원 복합5관에는 지난 5~7월 ‘오월 공-감: 민주중적중류’(큐레이터 황치엔훙)란 주제로 타이베이 관두미술관에서 열린 대만전, 6~7월 ‘민주주의의 봄’(큐레이터 우테 메타 바우어)이란 주제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서울전, ‘미래의 신화’(큐레이터 하비에르 빌라·소피아 듀런)란 주제의 아르헨티나전이 마련돼 있다. 아르헨티나전은 내년 현지 개막에 앞서 먼저 광주에서 공개되는 셈이다.

‘오월 공-감: 민주중적중류’전은 1970년대 후반 대만의 민주화운동부터 광주, 최근 홍콩 민주화운동 등을 민주주의에서 출발한 ‘공감’과 ‘물결’이란 열쇳말로 연결시킨다. 민주주의와 인권보장 등을 위한 시위와 투쟁·연대, 나아가 정치·사회적 환경을 광주민주화운동 정신과 연계해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미래의 신화’는 군부독재 치하에서 비슷한 경험과 상처를 지닌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광주 두 도시 이야기가 공명을 이룬다. 양 도시에서는 민주화운동 희생자 어머니들 모임이 여전히 활동 중이기도 하다. 임흥순은 자신이 매개한 양국 청소년들의 워크숍,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영상으로 선보인다. 홍영인(자수설치), 최윤과 이민휘(비디오), 아르헨티나 작가 등 모두 8명의 작품이 나와 있다. 과거를 넘어 더 나은 미래를 강조하는 전시다. ‘민주주의의 봄’전에는 서울에서 선보인 기존 작품들에 이어 1987년 여성 미술인들로 결성된 그림패 둥지, 김영수의 연작, 제니 홀저의 문장들이 추가로 공개되고 있다.

민주평화기념관 3관에는 지난 7~9월 ‘광주 레슨’(큐레이터 최빛나)이란 주제로 독일 쾰른에서 열린 독일전, 임민욱 작가의 재설치작품 ‘채의진과 천개의 지팡이’가 마련됐다. ‘광주 레슨’전은 1983년 광주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된 비제도권 예술학교인 광주시민미술학교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판화 체험도 가능하다.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는 “한국을 넘어 보편적인 시대정신으로서의 5·18을 통한 연대를 이번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전시는 내년에 광주비엔날레, 베니스비엔날레로 이어져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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