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유일 연탄공장, 국내 1호 탄광 모두 문 닫는다

입력:2023-06-13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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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연탄 70년 만에 폐업키로
소비는 급감… 생산비용은 급증
118년 역사 화순탄광도 폐광

전남 화순군 동면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동갱 출입구에서 광부들이 지난달 31일 폐광 준비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화순탄광은 이달 말 폐광한다. 연합뉴스

광주 지역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연탄공장 명맥이 70년 만에 끊긴다. 전남 지역 유일한 탄광도 118년 만에 문을 닫는다. 1970~8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지역 연탄생산·유통 기업과 제조원료인 석탄 채굴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

광주 남구에 있는 남선연탄은 12일 “석탄 원료가 다소 남더라도 16일까지만 출근하도록 직원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광주의 마지막 연탄공장으로 운영되던 남선연탄이 경영난으로 폐업을 예고한 것이다.

1954년 문을 연 남선연탄은 연탄 사용은 해마다 줄어드는 데 반해 생산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더이상 적자구조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가장 가까운 석탄 공급처가 강원지역 탄광으로 바뀌면서 운송비 부담이 훨씬 커졌다. 이에 비해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의 연탄교환권 사용 가정은 현재 광주 1010여 세대, 전남 3380여 세대에 불과하다.

호황기인 1980년대 하루 평균 40만장, 한 해 1억6000만장을 웃돌던 생산량은 비닐하우스 난방용을 더해도 현재 하루 생산량이 1만 장도 되지 않는다. 지난달 설립 69주년을 맞은 회사는 비수기인 여름철 3개월간 휴업하는 ‘비상 경영’으로 수년간 버텨왔다. 하지만 운영난을 견디기 힘들다고 판단해 70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을 결정했다.

1905년 국내 1호 탄광으로 탄생한 전남 화순군의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역시 30일까지 폐광 절차를 마무리한다. 1989년 1600여 명의 직원이 연간 70만5000t을 석탄을 생산하는 등 절정을 이룬 화순광업소는 2020년대 이후 연간 생산량 10만t 이하, 직원 수 3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더구나 석탄 채굴을 위해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 탓에 제조단가는 높아지는 데 비해 도시가스에 서서히 자리를 내준 난방용 석탄의 사용량 감소로 적자 폭이 크게 늘고 있다.

118년의 연륜을 쌓는 동안 수직 480여m 깊이까지 내려가 고된 채탄작업을 하고 있지만, 석탄을 캘수록 오히려 손해가 늘어나 폐광이 불가피하다. 1t당 45만원대가 투입되는 제조원가에 비교해 판매가는 3분의 1인 15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2025년까지 전국의 탄광을 모두 폐광하기로 한 산업통상자원부 결정에 따라 이미 4월 30일부터 석탄 채굴을 중단한 화순광업소는 30일까지 폐광절차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지역민들은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따뜻하게 해준 광주·전남의 마지막 연탄공장과 대표적 탄광이 이달 중 나란히 문을 닫게 돼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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