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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려인 마을 설맞이…고국·전국의 가족들 만나 전통음식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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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고려인 마을 설맞이…고국·전국의 가족들 만나 전통음식 나눠

    영화 '봉오동 전투' 개봉 이후 고려인에 대한 인식 긍정적으로 개선
    명절 전후에 쌀·식용유·설탕·밀가루 등 기부 손길 늘어

    지난 23일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고려인 아동센터에 모인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박요진 기자)

     

    "모처럼 긴 연휴, 흩어져 사는 가족들 만나러 가아죠"

    광주 고려인마을에 사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알라(30·여)씨는 올해 설 연휴에는 경상북도 경주를 찾아 부모님과 동생을 만나 설을 함께 보낼 예정이다. 알라씨의 가족 대부분은 다행히 한국에 들어와 지내고 있지만 광주와 경상북도 등에 따로 떨어져 있어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3일 가족들을 만난 알라씨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국수와 위니그리어트·프란 샐러드 등을 만들어 먹었다. 알라씨는 "같은 한국에 살더라도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기회는 1년에 많아야 3~4번 정도"라며 "고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설을 따로 챙기지 않지만 한국에 들어온 이후에는 설에 주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알라씨뿐만 아니라 광주와 고려인마을에 사는 고려인 상당수는 설 연휴를 이용해 인천과 경기도 안산, 경상남도 김해 등을 찾아 가족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고려인의 90% 정도가 용역업체를 통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운 날씨 등으로 일거리가 많지 않은 설 연휴는 고국을 찾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다. 블라디미르(34)씨는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8일 고국인 러시아로 향했다. 다른 계절에 장기간 고국을 찾을 경우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 연휴를 앞두고 광주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에서 고려인들에게 기부 물품을 나누고 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광주 고려인마을에서는 설 연휴를 외롭게 보낼 노인들을 위해 설 연휴 기간 인근 온천을 찾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또 광주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을 위한 캠프가 열린다. 이밖에 고려인마을에서는 경자년 쥐띠 해를 맞아 쥐가 먹지 않는 생선을 제외하고 전통 빵과 볶음밥 등 전통음식과 비트, 당근, 오이, 토마토, 양바주, 감자 등이 들어간 샐러드를 만들어 나눌 예정이다.

    설 연휴를 앞둔 한 달 정도는 사람들이 광주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를 가장 많이 찾는 시기다. 광주시와 광산구 등 지자체는 물론 공공기관과 병원, 일반 시민 등 고려인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를 통해 고려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기부의 손길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설 연휴를 앞두고 광주 고려인마을에 사는 형편이 좋지 않은 고려인 100여 명에게는 온정의 손길이 펼쳐졌다. 광주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 신조야 대표는 "설 명절을 앞두고 형편이 좋지 않은 노인이나 아이들 102명을 추려 쌀 10㎏과 설탕 3㎏, 밀가루 3㎏, 식용유 1800㎖를 나눠줬다"며 "명절을 앞두고 기부받은 옷과 신발도 제 주인을 찾았다"고 말했다.

    고려인마을 등 광주에 사는 고려인들의 가장 큰 새해 소망은 매달 40만 원 정도 들어가는 월세를 아낄 수 있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 LH나 지자체 등에서 임대 아파트나 원룸 등의 주거지 마련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고려인 대다수가 2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 상황에서 월급의 20% 이상을 주거비로 사용하는 것에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광주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려인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으며 현재 광주에는 6000여 명 정도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고려인마을에 위치한 고려인마을종합지원센터는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마을 교회, 노인센터 등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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