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통장 깼다” 개미들 45조 들고 떠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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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5. 오전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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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떨어지자 1월 은행예금 잔액 한달새 45조 줄어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1)씨는 작년 본인의 스마트폰에서 지워버렸던 증권사 앱을 최근 다시 깔았다. 네이버·카카오 등 투자했던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손댈 수 없을 만큼 떨어져 포기하는 심정으로 앱을 지웠지만, 최근 많이 회복됐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김씨는 “아직 투자했던 가격까지 돌아오려면 한참 멀었지만, 슬슬 ‘물타기’를 해서 평균 단가를 낮춰봐야겠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라며 “은행 예금 금리도 최근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지난달 받은 성과급을 다시 주식 투자에 써볼까 싶어 증권사 계좌로 옮겨 놨다”고 했다.

지난해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자 주식, 가상 화폐와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된 자금들이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으로 옮겨갔던 ‘역(逆)머니무브’ 현상에 최근 제동이 걸렸다. 주식, 가상 화폐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은 반면 예·적금 금리는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안전 자산으로 대피했던 시중 자금이 다시 위험 자산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의 각종 예금 잔액은 2198조원으로, 전달보다 45조4000억원 줄었다. 작년 12월(15조2000억원 감소)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반면 지난달 말 자산운용사 펀드 등에 들어와 있는 자금의 규모는 881조5000억원으로 작년 11월 말 대비 46조8000억원 늘었다.



3% 시중 예금 금리… 매력 떨어져

최근 5대 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는 연 3.35~3.6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준금리(연 3.5%)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예금 금리가 최고점으로 올라갔던 작년 11월 29일(4.7~5.1%)과 비교하면 금리가 1%포인트 넘게 하락한 것이다.

지난달 13일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예·적금 금리는 하락세다. 조만간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해 은행채 등 시장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은행채보다 높은 금리를 주면서 정기 예금 유치에 나설 필요가 없게 됐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예금 금리를 내리자 예금자들도 은행에서 자금을 빼가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 예금 잔액은 1월 한 달 동안 6조2000억원 줄었다.


시총 상위 주에만 투자해도 고수익률

은행을 떠난 자금은 서서히 증시로 모여들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10일 43조7000억원으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한 뒤 한 달여 만인 13일에는 47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달 11일 15조8000억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던 신용거래 융자 규모도 13일에는 17조원가량으로 늘었다. 2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 규모는 약 8조1969억원으로, 12월(6조6458억원)에 비해 약 23%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도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금융소비자들이 이제는 만기가 돌아오는 여유자금을 은행 대신 주식 등으로 돌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연초부터 시가 총액 상위 종목의 주가가 크게 오른 것도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 주가가 13.7% 오른 것을 비롯해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1.7% 하락)를 제외한 9개 종목이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25.6% 올랐다.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를 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최대 투자처인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시총 1위 애플이 같은 기간 18.6% 상승했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선호하는 종목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가는 58% 올랐고, 그래픽 처리 장치(GPU) 기업 엔비디아 주가도 49.1% 상승했다.

하지만 연초 증시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이 많다. 한 투자 전문가는 “미국의 물가 상승이 멈추지 않아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게 되는 상황이 되면 미국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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